[단독] 網 사용료 요구에 되레 '겁박'한 구글…"그럼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 등) 운영비 분담해라"
“그럼, 통신사가 구글의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 등) 운영비를 부담하라.”

구글이 국내 통신사의 망(網) 사용료 지급 요구에 이렇게 대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내외 인터넷업체 간 각종 역차별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의 해결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세금 납부 논란도 현행 제도 탓으로 돌렸다.

비공개 회의에서 드러난 구글의 ‘겁박’

31일 방송통신위원회 자문기구인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구글코리아 실무자들은 이런 내용의 구글 입장을 지난 1년 동안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회의에서 쏟아냈다.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는 정부가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해소 등을 목적으로 지난해 2월 설립한 기구다. 네이버·카카오·페이스북·구글 등 국내외 인터넷 기업과 이동통신 3사, 소비자·시민단체,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 총 4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16차례 회의를 열고 ‘국내외 사업자 역차별 해소 및 제도 개선 방안’ ‘인터넷 생태계 발전 및 이용자 보호 방안’ 등을 논의했다. 수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한 정책제안서를 지난해 말 정부에 제출했다. 업체 간 대립이 첨예해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회의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구글 본사를 대표해 참석한 구글코리아 실무진의 발언이었다. 그동안 구글은 한국 내 각종 논란에도 구체적인 설명을 한 적이 없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쏟아지는 질문에도 “모른다” “공개할 수 없다” 등 모르쇠로 일관해 비판을 받았다.

이와 달리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회의에 참석한 구글코리아 직원들은 국내 업체들과 각을 세우며 구글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했다.

“망 사용료는 이용자가 이미 부담”

구글코리아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망 사용료 지급과 관련, 강력 반대했다.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해외 정보기술(IT) 업체들은 한국에서 광고료와 구독료 등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적정한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3개 글로벌 IT 업체의 국내 트래픽 점유율은 연간 50% 안팎으로 추정된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구글 유튜브는 안드로이드폰 동영상 앱 사용시간 점유율이 86%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 측은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회의에서 “구글에 망 사용료 분담을 요구한다면 (한국의) 통신사 역시 콘텐츠 플랫폼(유튜브 등)의 운영비를 같이 분담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통신망을 쓰기 때문에 이통사도 구글 등 콘텐츠 제공업자 덕을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통신사는 CP(구글 등 콘텐츠 제공업자)에 (5G) 망고도화 비용 분담을 주장하는데 망 부담은 사용자에게 통신비로 받고 있다”며 “통신사가 CP의 콘텐츠 개발비를 분담하지 않으면서 역으로 CP에 망 비용 분담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업체의 망 사용료 납부는 규제”

구글은 망 사용료 지급 요구 전에 통신사가 관련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구글코리아 실무자는 “통신사가 망 사용료를 공개하면 사용료 수준의 적정성을 논의할 수 있다”며 “데이터가 비공개인 상태에서는 업계에서 들리는 내용에 의존해 사용료를 비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통신사는 (망 고도화로)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부분과 투자비를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국내 이통사에 망 이용료를 지급하는 법적 근거인 ‘상호접속고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상호접속고시는 국내 콘텐츠 제공업체가 트래픽 사용량에 따라 망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규제라고 알고 있는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와 제도 탓하는 구글

구글은 한국 내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현재 해외 업체는 인터넷상 불법·음란정보 유통 책임이 국내 기업보다 덜하다.

예컨대 청소년 음란물을 발견하고도 유통을 방지하거나 삭제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인터넷상 음란한 영상, 연령 확인 의무를 따르지 않은 청소년 유해매체 등의 유통도 금지돼 있다. 이는 해외 업체에도 적용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해외 업체를 제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해외에 관련 서버가 있어 법을 어겨도 형사처벌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가) 집행할 수 있느냐의 의지 문제지 제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관련 법 준수와 상관없이 한국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내 매출에 비해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도 구글코리아 측은 “조세제도가 디지털 환경 발전에 따라 발전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대응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