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 신진서 9단이 지난 24일 NHN엔터테인먼트의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 대국하는 모습. 한돌은 190수 만에 불계승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로기사 신진서 9단이 지난 24일 NHN엔터테인먼트의 바둑 인공지능(AI) ‘한돌’과 대국하는 모습. 한돌은 190수 만에 불계승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제공
게임 포털 ‘한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NHN엔터테인먼트가 정보기술(IT) 사업 전반으로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금융, 쇼핑 등에 특화해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핀테크(금융기술) 사업과 인공지능(AI) 기술 연구도 강화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올 4월 회사 이름을 NHN으로 바꾼다. 검색포털 네이버가 게임업체 한게임과 합병한 2001년부터 12년 동안 쓴 옛 사명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정우진 NHN엔터 대표는 “NHN이 한국 IT산업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를 계승하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게임에 의존해온 사업구조를 재편해 ‘IT 기반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 들고 글로벌 시장 진출”

클라우드·AI·핀테크…NHN엔터, 거침없이 IT 서비스 영역 확장
NHN엔터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일본에 서버를 구축해 현지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동훈 NHN엔터 클라우드사업부 이사는 “클라우드 기업이 대부분 기술 우선 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세계적 업체들과 기술로 승부하기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게임, 금융, 쇼핑 등 서비스 경험을 녹여내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점진적인 클라우드 전환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금융·공공 분야 등의 자체 구축을 위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여러 클라우드 사업자를 선택하는 ‘멀티 클라우드’ 등 폭넓은 서비스를 지원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공개 소스 기반의 ‘오픈스택’ 기술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김 이사는 “네이버나 KT의 클라우드보다 확장성·안정성 측면에서 오픈스택이 훨씬 낫다”고 했다.

NHN엔터는 올 2월 일본 도쿄에, 5월에는 북미 지역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글로벌 리전(현지 서버)을 구축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3년 안에 연매출 100억엔(약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한국판 알파고’로 AI 기술 자랑

클라우드·AI·핀테크…NHN엔터, 거침없이 IT 서비스 영역 확장
지난 23일 NHN엔터 본사에서는 이 회사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한돌’과 바둑 프로 신진서 9단의 대국이 열렸다. 결과는 1시간30분 만에 한돌의 승리로 끝났다. ‘한국판 알파고’를 표방한 한돌은 지난 한 달 새 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박정환 9단 등도 모두 이겨 국내 최정상급 바둑인들을 상대로 5연승을 거뒀다.

NHN엔터가 한돌의 공개 대국 행사를 연 것은 최근 집중하고 있는 AI 기술 연구개발(R&D)을 과시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2016년 50여 명의 연구인력을 거느린 기술연구센터를 출범시켰다. 게임은 물론 검색, 쇼핑, 멀티미디어 분석 등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박근한 NHN엔터 기술연구센터 이사는 “우리 목표는 모든 사람이 쉽게 이용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AI’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벅스의 음악 추천, 페이코의 광고 데이터 분석, 운수도원의 관상·손금 분석 등에 AI 기술을 대폭 보강했다. 한돌의 경우 한게임 바둑 내에서 승·패착 분석, AI 훈수 등 재미난 기능을 구현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는 게임, 쇼핑 추천, 컴퓨터 비전기술 등의 영역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AI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격적 M&A로 게임 의존도 낮춰

NHN엔터 매출의 절반 이상은 웹보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스포츠 등 온라인·모바일 게임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 ‘규제산업’인 게임에만 의존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NHN엔터의 최대주주인 이준호 회장의 전문 분야 역시 게임이 아니라 검색 쪽이었다.

이 회사는 최근 5년 동안 티켓 예매 중개업체 티켓링크, 음원 서비스 벅스, 온라인 쇼핑몰 1300K, 전자결제대행업체 한국사이버결제 등 10여 곳을 인수합병(M&A)해 비(非)게임 사업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자체 개발한 간편결제 ‘페이코’는 근접무선통신(NFC), 바코드, QR코드 등에 이어 ‘삼성페이’ 연동까지 도입해 국내에 현존하는 모든 결제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2014년 5568억원이던 NHN 매출은 사업 다각화에 힘입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