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MWC 2019에서 공개할 듀얼디스플레이 형태의 폴더블폰 이미지.
LG전자가 MWC 2019에서 공개할 듀얼디스플레이 형태의 폴더블폰 이미지.
스마트폰 폼팩터(제품 형태)의 전환점이 될 폴더블폰이 곧 펼쳐진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내달부터 잇따라 폴더블폰을 공개한다. 폴더블폰은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기를 극복할 폼팩터로 평가받는만큼 무엇보다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최초' 타이틀에 열을 올렸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첫 주자는 삼성전자다. 회사 측은 다음달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S10'과 함께 폴더블폰 신제품을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하는 폴더블폰은 앞서 지난해 11월 삼성개발자회의(SDC)에서 선보였던 시제품 수준을 넘어선 완제품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 ‘미래를 펼치다’라는 옥외 광고를 내걸 정도로 폴더블폰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사업자가 나서니 시장의 기대도 커졌다.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2위 제조사로 떠오른 중국의 화웨이에게도 폴더블폰은 최대 화두다. 화웨이는 내달 25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9에서 폴더블폰을 내놓는다. 화웨이는 지난해부터 폴더블폰 최초 타이틀을 두고 삼성전자와 옥신각신했다. 그만큼 폴더블폰을 미래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새 먹거리로 보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도 MWC 2019에 폴더블폰을 들고 나온다. 그런데 좀 애매하다. 완전한 폴더블폰이라고 부르기엔 2% 부족하다. 접히고 펼치는 건 같은데 펼쳤을때 하나의 화면이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폴더블폰은 한개의 디스플레이를 접는 형태다. 그러나 LG전자의 폴더블폰은 두개의 디스플레이를 펼치는 경첩 형태다. 2개의 디스플레이를 앞뒤로 사용하거나 펼쳐서 넓게 활용하는 식이어서 ‘듀얼 디스플레이폰’으로 불린다.

특히 이 형태는 중국의 ZTE가 MWC 2018에서 이미 선보였던 기술이어서 혁신성도 떨어진다. 당시 ZTE는 ‘엑손M’을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으로 정의했지만, 경첩을 이용해 두 개의 화면을 접는 제품에 그친다는 악평을 받았다.
중국의 ZTE가 MWC 2018에서 선보였던 경첩 형태의 폴더블폰 '엑손M'
중국의 ZTE가 MWC 2018에서 선보였던 경첩 형태의 폴더블폰 '엑손M'
듀얼 디스플레이를 두고 업계에선 '최선'과 '꼼수'라는 상반된 시각이 나온다. LG전자가 현재 처한 상황을 뜯어보면 양쪽 모두 일리가 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5분기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적자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어려운 상황인 건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MC사업본부는 적자를 줄이며 실적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존 제품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파생 모델을 출시하면서 '변화'보다 '안정'에 배팅하고 있다. 특히 파생 모델은 기존 제품의 플랫폼을 유지해 연구개발(R&D)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만큼 출시에 따른 부담도 적다. 적자를 줄이는 게 급선무인 LG전자로선 최선의 전략인 셈이다.

듀얼 디스플레이는 LG전자가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 쯤으로 읽힌다.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폴더블폰 이슈를 주도하는 상황에 LG전자도 넋 놓고 있을 순 없었을 것이다. 뭔가 유사한 수준의 기술이라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테다. 이런 상황에 LG전자가 가장 신속·정확하게 완성할 수 있는 기술이 듀얼 디스플레이 형태였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혔다는 의견과 폴더블로 포장된 듀얼 디스플레이를 꼼수로 보는 시각이 상존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LG전자가 폴더블폰을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CES 2019' 기자간담회에서 "고객 신뢰를 쌓는 작업과 폼팩터를 바꾸는 방식 등으로 변화를 만들어 갈 준비를 하고 있다"며 폴더블폰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기존 제품을 활용해 최대한 실적을 본 궤도에 올려놓은 이후 폴더블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된 이상 LG전자로선 급할 필요 없다. 오히려 확실한 준비없이 폴더블폰에 뛰어들었다가 스마트폰 사업의 흑자는 영영 볼 수 없는 꿈이 될 수도 있다. 트렌드를 주도하려다 쓴 맛을 봤던 G4, G5를 상기해보면 먼저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차근차근 적자를 줄여가며 최적의 시기를 노리는 게 맞다. 물론 끊임없는 연구개발은 필수다. 조금 늦더라도 멋들어진 폴더블폰 하나면 그만이다. 그거면 된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