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국내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증설 딜레마에 빠졌다. “우리 집에서는 넷플릭스가 느리다”는 소비자 민원이 늘어나자 일부 통신업체들이 망(網)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속내가 불편하다. 돈은 넷플릭스가 버는데 망 증설 비용은 통신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등 해외 기업들은 국내에서 네트워크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어 국내 인터넷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도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접속 많아 網 늘리는데…통신사 "넷플릭스 무임승차 문제 있다"
SKB “망 용량 두 배 증설 중”

유선 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는 이달 들어 국내에서 해외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용량을 초당 50기가비트(Gbps)에서 100기가비트로 두 배로 증설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느리고 화질이 떨어진다”는 가입자 민원이 늘어난 게 증설에 나선 배경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는 가입자 문의가 들어오면 “25일 완료 목표로 네트워크 증설을 하고 있지만 해외 통신사업자와의 협의 및 장비 설치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유료 가입자가 1억3800만 명(지난해 4분기 기준 회사 추정치)에 달하는 세계 최대 OTT 업체다. 국내에서도 케이블TV 업체인 딜라이브, CJ헬로에 이어 통신 업체인 LG유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캐시서버 비용 누가 내야 하나

넷플릭스 같은 해외 기업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해당 기업의 주요 데이터센터가 있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지로 접속해야 한다. 하지만 해외로 직접 연결하려면 네트워크 비용이 많이 들고 속도도 느려진다.

대안 중 하나가 캐시서버를 국내에 두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데이터를 모아둔 캐시서버를 국내에 설치하면 데이터를 외국에서 불러올 때보다 빠른 속도로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캐시서버의 운영 비용을 누가 낼지다. 구글은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국내에 캐시서버를 두고 있지만 망사용료를 한푼도 내지 않고 있다. 통신사들이 2011년 동영상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유튜브 서버를 무상으로 설치해준 게 빌미였다. 페이스북은 KT에만 캐시서버를 운영하다 지난해부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도 서버 설치 협상을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제휴업체별로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딜라이브, CJ헬로에 이어 지난해 말 서비스를 시작한 LG유플러스에도 별도 캐시서버를 두고 있다. 구체적인 망운영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제휴 업체와 수익배분 비율을 정할 때 망사용료 등을 함께 고려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업체들과 달리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업체들은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트래픽 용량에 따라 망사용료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2016년 기준 연간 734억원의 망사용료를 냈다.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통신사 ‘넷플릭스 딜레마’

SK브로드밴드가 해외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용량을 증설하기로 했지만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게 통신업계의 지적이다. 이 회선은 넷플릭스 전용이 아니어서 해외로 나가는 다른 데이터 트래픽이 많아지면 언제든지 다시 느려질 수 있다.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국내에 넷플릭스 전용 캐시서버를 마련해야 하지만 넷플릭스는 제휴업체에만 서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제휴업체가 아닌 KT, SK브로드밴드 가입자들도 TV와 스마트폰을 통해 얼마든지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어 망사용료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게다가 SK브로드밴드와 KT는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인터넷TV(IPTV)와 자체 OTT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넷플릭스 서비스용 네트워크 용량을 증설하는 게 달갑지 않다. SK브로드밴드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은 이달 자체 OTT 서비스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가 공동 출자한 콘텐츠 연합 플랫폼 ‘푹(POOQ)’을 통합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페이스북 망사용료 협상이 기준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망사용료 논란이 불거지자 일부 비용을 내는 방식으로 KT 이외의 다른 통신사에도 캐시서버를 두는 논의를 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가입자의 안정적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통신사가 선제적으로 해외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용량을 증설하지만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료 서비스를 하는 넷플릭스도 안정적인 서비스 기반을 갖춰야 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국내 통신 업체들과의 망사용료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