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조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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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들이 엔터를 입고 있다. 플랫폼 사업의 생존 방안으로 콘텐츠가 꼽히면서 엔터사들과 손잡고 새로운 변화를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9'에서 SK텔레콤(이하 SKT)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음원 분리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차세대 미디어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동방신기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등 인기 아이돌 그룹들이 대거 소속된 SM의 다양한 콘텐츠와 SKT의 인공지능 기반 음원 분리 기술을 시작으로 ICT 기술을 결합해 신규 사업을 개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SM과 SKT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7월 17일 SM과 SKT는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계열사 지분 공동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SKT가 SM 자회사인 SM C&C의 2대 주주가 되고, SM이 SKT 계열사 아이리버 2대 주주가 됐다. SKT 광고 전문 대행사였던 SK플래닛도 SKT를 떠나 SM C&C 소속이 됐다.

이를 위해 SKT가 SM C&C에 650억 원을 유상증자했다. SM이 아이리버에 유상증자한 금액은 400억 원이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봐도 SKT의 자금이 더 많이 투입된 제휴 관계다. 당시 업계에서는 SKT가 SM이 갖고 있는 스타 지적재산권과 콘텐츠 제작 역량, 그리고 팬덤 등을 한 번에 끌어 안는 전략으로 손을 내민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SKT가 만든 동영상 플랫폼 옥수수는 지난해 10월부터 SM 소속 아이돌의 공연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의 화면에서 여러대의 카메라로 촬영된 각각의 영상을 선택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멀티 앵글 기능의 아이돌 직캠 영상 서비스는 5G 기술을 접목할 신개념 콘텐츠로 꼽힌다.

네이버는 빅뱅, 블랙핑크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손잡았다. 2017년 YG에 1000억 원 통 큰 투자를 하면서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 시기는 YG가 제작을 강화한 시점이기도 하다. YG는 자회사 YG플러스를 통해 콘텐츠전문 자회사 YG스튜디오플렉스를 설립했다. 또한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스타급 PD들도 영입했다. MBC '라디오스타', '능력자들' 조서윤 CP, '무한도전' 제영재 PD, '진짜 사나이' 김민종 PD, Mnet '음악의 신' 박준수 PD, tvN 'SNL' 유성모 PD 등 5명이 이 시기에 YG엔터테인먼트로 적을 옮겼다.

지난해 10월 YG플러스는 음악사업부도 신설했다. 해당 부서에서는 네이버와 YG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조성한 'YG-네이버 콘텐트&라이프 스타일 펀드'를 통해 개발한 인공지능(AI) 뮤직 서비스 '바이브(VIBE)'의 운영을 맡을 계획이다. 더불어 올해부터 YG의 모든 음원을 관리하면서 본격적인 음원 유통사업을 진행한다. 네이버 플랫폼에 YG 음악 유통을 얹은 것.

카카오는 더욱 적극적이고 폭넓게 엔터사들과 손잡고 있다. 카카오는 콘텐츠 전문 자회사 카카오엠을 통해 이병헌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 공유의 매니지먼트숲, 김태리가 있는 제이와이드 등을 각각 189억, 140억, 60억 원에 인수했다. 또 국내 1위 광고모델 캐스팅 에이전시 레디엔터테인먼트도 111억 원에 품으면서 총 500억 원을 지불했다.

기존 킹콩by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유연석, 이동욱과 E&스토리 김소현 등까지 합하면 100여 명의 배우군을 확보하게 된 것. 뿐만 아니라 아이유, 몬스타엑스, 케이윌, 에이이핑크 등도 카카오엠에 소속돼 있다.

여기에 송중기, 박보검 등이 소속된 블러썸엔터테인먼트도 인수가 임박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도 카카오엠이 여러 엔터사들과 인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당분간 카카오엠의 엔터테인먼트 인수는 계속되리란 관측이다.

카카오엠에서 공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사를 인수하는 배경에도 콘텐츠 제작이 있다. 아이돌과 배우들을 대거 확보하면서 캐스팅도 한결 수월해졌다. 카카오엠의 드라마 전문 제작사 메가몬스터가 제작하는 tvN '진심이 닿다' 남자주인공은 공교롭게도 이동욱이다.

이렇게 엔터사들과 손잡는 IT회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다. 비디오 대여업체였던 넷플릭스가 수준높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박을 터트린 후 세계적인 오픈마켓 아마존도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에 올해엔 디즈니까지 자체 동영상 플랫폼을 내놓는다.

국내 기업들은 보다 개방적으로 콘텐츠 제작을 하면서 자신들만의 플랫폼을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카카오와 네이버의 경우 웹툰과 웹소설 등 자체 IP를 갖고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한 콘텐츠 제작까지 염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단순히 우리 플랫폼에만 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을 갖고 있진 않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소스를 이용해 TV는 물론 넷플릭스에 틀 수 있는 작품까지 제작하는 것을 염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본력으로 무장한 IT기업들이 엔터사들을 모두 삼켜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사 대표는 "일각에선 '이번에 대형 플랫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엔터사 70%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며 "대형 연예인이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IT회사의 투자가 이뤄지고, 그들이 제작하는 작품에 캐스팅이 되면, 대형 스타 없이 신인들을 키워야하는 회사들은 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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