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아버지의 영향으로 디지털아트 스타트업을 창업한 박진형 빛글림 대표(오른쪽)와 박진표 최고운영책임자.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예술가 아버지의 영향으로 디지털아트 스타트업을 창업한 박진형 빛글림 대표(오른쪽)와 박진표 최고운영책임자.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예술이 가치를 발하려면 많은 사람이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좋은 그림들을 인사동 갤러리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빛글림을 만들게 됐습니다.”

1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스케일업센터’에서 만난 박진형 빛글림 대표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빛글림은 지난해 5월 설립된 디지털아트 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예술작품을 디지털화해 건물 로비나 카페 등에 전시하는 게 사업 모델의 골자다.

예술가의 아들들이 차린 IT 기업

"인사동 갤러리에 갇힌 작품, 디지털로 해방시켜야죠"
빛글림의 토대를 만든 것은 박 대표와 박 대표의 동생인 박진표 최고운영책임자(COO)다. 설립 당시 박 대표는 29세, 박 COO는 26세였다. 두 형제가 디지털아트 스타트업을 차려야겠다고 의기투합하게 된 배경에는 이 형제의 아버지인 박순기 중앙대·홍익대 예술고문이 있다. 예술 관련 연구를 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형제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예술작품과 예술인을 접했다. 그러다 생각보다 작품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이 많고, 일반인들 역시 작품 감상의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것에 착안해 빛글림을 구상했다.

빛글림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창업 전인 2016년부터다. 이 해부터 디지털아트 행사인 ‘파사(PASA) 페스티벌’을 주최했다. 수십여 명의 국내외 예술가들이 사진·그림·설치예술 등을 자유롭게 전시하고, 참석자들이 이를 가상현실(VR)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도록 한 기술 접목형 예술 행사다. 행사에는 3년간 3500여 명의 방문객이 참석했다.

박 대표는 “파사 페스티벌을 계기로 다양한 영역에서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이를 판매로 연결하는 형태의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동남아 중심으로 사업 확장

빛글림이 처음으로 선보인 서비스는 대중화된 갤러리나 카페, 호텔에 여러 예술인의 작품을 전시하고, 이를 저렴하게 소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원 이데알레, 해움갤러리를 비롯해 베트남 하노이의 아트레지던스 등 10여 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천만원에 달하는 예술작품을 프린터 인쇄 형태 등으로 5만원부터 소장할 수 있다. 이 서비스로 유명해진 예술가도 생겼다. 국내에서 교사로 일하던 미국인 예술가 노이 알론소다. 빛글림을 통해 전시하기 전에는 일반 교사였지만, 현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가 7000여 명에 달하는 유명인이다.

사업 자체의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빛글림은 지난달 베트남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투자·육성업체)인 ‘실리콘밸리’와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빛글림의 사업은 국내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올해 중으로 KOTRA의 지원 아래 ‘한국-베트남 파사 페스티벌’을 연다. 국내에서 진행해온 파사 페스티벌과 같은 것을 하노이에서도 개최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술작품 매칭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의 성향이나 기분을 고려해 어떤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구입하면 만족도가 높을지를 자동으로 분석,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중앙대, 홍익대, 서강대 등과 손잡고 졸업 작품을 디지털화해 판매로 연결해주는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예술가들에게는 다양한 홍보와 판매 기회를, 대중에게는 효과적인 작품 감상과 구매 기회를 주는 것이 빛글림의 목표”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