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선배 기업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행은 후배 기업가를 키우는 것입니다.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성장시킬 수 있다면 성공한 것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2007년 NHN(현 네이버)을 떠나면서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 방법을 여러모로 고민했다. 2012년 자신의 이름과 카카오톡, 코리아의 이니셜을 딴 케이큐브(K-Cube)벤처스라는 투자전문회사를 설립했다. 케이큐브벤처스의 첫 대표는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가 맡았다. 케이큐브벤처스는 기존 벤처캐피털과 달랐다. 투자금액 상한선이 없고 사업 방향도 한정하지 않았다. 창업가가 마음껏 뜻을 펼치도록 도와주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 케이큐브벤처스의 지론이다.

이 회사는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하면서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됐고, 지난해 사명이 카카오벤처스로 바뀌었다. 카카오벤처스란 꼬리표를 단 기업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엔 140개를 돌파했다. 김 의장은 투자 규모를 계속 늘렸다. 카카오벤처스가 운용하는 투자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카카오벤처스가 처음 투자한 회사는 프로그램스다. 첫 투자가 이뤄진 2012년엔 제품도 서비스도 없었다. 투자 직후 영화 추천 앱(응용프로그램) ‘왓챠’를 선보였고 지금은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인기 앱으로 발돋움했다. 이 업체가 내놓은 월정액 영화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왓챠플레이’ 이용자는 450만 명에 달한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의 ‘세계 100대 AI 스타트업’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루닛 등도 카카오벤처스의 투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