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창업에 미래 있다

"진료실 누비는 의사, 현장에 필요한 기술이 뭔지 잘 알아"
“의과대학에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가 많다. 이들은 바이오 의료분야 전문가인 데다 현장에 필요한 기술이 어떤 기술인지 잘 알고 있다. 또 새로 개발한 기술을 임상에 적용하는 것도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쉽다.”

메디포스트·마크로젠·파미셀…교수창업, 왜 바이오가 많을까?

이상헌 고대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의대 교수 창업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분야보다 현실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쉽고, 이를 개발할 인프라까지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2016년 9월 재활치료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휴스파인(옛 KU와이어스)을 창업했다. 이곳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함께 초음파를 활용해 척추 신경과 근육을 재생하는 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조만간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는 “초음파로 척추 신경·근육을 강화하고 통증을 개선하는 재활 치료용 기기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며 “의료 현장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제품이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 교수가 속한 고대안암병원은 국내 10개 연구중심병원 중 한 곳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의대의 창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대형 대학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병원은 치료와 연구, 교육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은 임상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가벼운 창업’이 많이 이뤄진다. 바이오기술(BT) 분야는 다르다. 사업 이해도가 높고 원천기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연구장비 등 값비싼 인프라도 필요하다.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교수들이 바이오 분야 창업을 이끌고 있는 이유다. 1세대 상장 바이오벤처로 꼽히는 메디포스트, 마크로젠, 파미셀 등은 의대 교수가 창업한 대표 기업이다. 제넥신, 메디톡스, 씨젠, 바이로메드 등은 이공계 분야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기업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병원, 연구소 등에 근무하는 교수들의 바이오 분야 기술창업이 활발하다. 미국 대표 의료기관으로 알려진 메이요클리닉이 메이요클리닉 벤처스를 통해 기술 창업한 회사는 140여 개에 달한다. 미국 하버드대의 매사추세츠 대학병원은 진료에서는 적자를 내지만 창업과 기술 이전 수익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혁신 신약의 31%가 대학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개발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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