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에 첫 참가한 네이버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활용해 로봇을 제어하는 ‘앰비덱스’ 기술 등을 선보였다.  /네이버 제공
올해 CES에 첫 참가한 네이버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활용해 로봇을 제어하는 ‘앰비덱스’ 기술 등을 선보였다. /네이버 제공
“구글 페이스북 등과 싸우고 싶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네이버가 20년 동안 그래왔듯 새로운 접근 방식을 잘 연결해 돌파하려 합니다.”(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이버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8~11일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의 데뷔전을 깔끔하게 마쳤다. 네이버는 전시장 중앙홀 앞의 센트럴플라자에 650㎡ 규모의 부스를 차렸다. 구글 부스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은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일부러 구글과 가까운 자리를 골랐다고 한다. 네이버는 “글로벌 기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출사표를 세계 무대에 던진다는 의미”라고 했다.

네이버는 이곳에서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모빌리티(이동수단)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그동안의 연구개발(R&D) 성과를 집약한 신기술과 시제품 13종을 선보였다. 행사장은 나무상자 모양으로 꾸며져 편안한 느낌을 줬다. 원충열 네이버랩스 리드는 “실제 생활공간처럼 도로부터 집 앞, 실내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기술 흐름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1999년 창사 이후 포털을 중심으로 인터넷사업에 주력해온 네이버는 2013년 사내 R&D 조직 ‘네이버랩스’를 설립했다. 단순한 AI를 뛰어넘어 이용자환경에 따라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 기술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CES 행사에서 2017년 처음 선보인 로봇 팔 ‘앰비덱스’에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접목해 ‘브레인리스 로봇’으로 개량한 제품을 공개했다. 퀄컴과 협력해 개발한 이 제품은 로봇 안에 고성능 프로세서를 심지 않아도 5G 특유의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로봇을 원격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실내용 증강현실(AR) 길찾기 기술을 적용한 로봇 ‘어라운드G’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대형 쇼핑몰이나 공항 등의 실내에서도 AR 기술에 따라 목적지까지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들 두 로봇은 나흘 동안 네 차례 현장 시연을 했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하나의 카메라만으로 운전자를 보조하는 ‘ADAS 캠’, 자율주행용 고정밀 지도 ‘하이브리드 HD 맵’, 자동차용 3차원(3D) AR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제품인 ‘어헤드’ 등의 제품도 선보였다. 차량용 정보 서비스 ‘어웨이’와 어린이용 스마트시계 ‘아키’ 등 국내에서 시판 중인 제품도 해외 관람객을 만났다.

네이버는 CES 참가를 계기로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력 관계가 한층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어라운드G의 경우 메인 센서는 인텔 제품이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세계 1위 업체인 엔비디아의 부품도 들어가 있다. 또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위치·이동기술 통합 플랫폼 ‘xDM’을 LG전자의 안내로봇에 적용하기로 했다.

한 대표는 “3~4년 전 AI의 선행기술 연구가 클로바, 파파고, AI 추천, 스마트렌즈 등 다양한 서비스의 기반이 되고 있다”며 “지금의 R&D 투자는 미래에 가치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