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도 뇌파 연구에 참여
20~30년 후엔 뇌파만으로 인터넷 접속
“헤드셋 쓰셨죠. 이제 드론에 정신을 집중하세요. 잘 하셨습니다. 뇌파로 드론을 공중에 띄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침습형 BMI 장비. 모자나 헤드셋 형태가 일반적이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비침습형 BMI 장비. 모자나 헤드셋 형태가 일반적이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지난해 처음 공개된 ‘뇌파 드론’은 한국뇌연구원의 명물이다. 대구광역시 뇌연구원을 방문한 사람들 대부분이 공중으로 드론을 띄우는 체험에 참여하고 있다.

이 기관엔 비치된 뇌파 기기는 드론만이 아니다. 정신을 집중하는 것만으로 움직이고 멈출 수 있는 미니 자동차도 전시돼 있다. 알파파(안정적인 상태에서 나오는 뇌파)나 베타파(집중했을 때 나오는 뇌파) 등 뇌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의 변화를 감지해 이를 드론과 자동차 조작에 활용한다는 게 뇌연구원의 설명이다.
한국뇌연구원 방문객들이 뇌파 드론을 체험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한국뇌연구원 방문객들이 뇌파 드론을 체험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뇌에 칩 심으면 인식률 높아져

뇌파는 터치(스마트폰)와 목소리(인공지능 비서)의 뒤를 잇는 전자기기 작동 수단으로 꼽힌다. 생각만으로 기기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수단보다 조작이 간편하다. 지금은 전신마비 환자들의 재활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수준이지만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20~30년 후엔 뇌파로 인터넷에 접속, 전 세계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진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BMI 기술의 원리

BMI 기술의 원리

뇌파를 전자기기를 작동시키는 기술은 BMI(Brain-Machine Interface)로 불린다. 기계(Machin)와 뇌(Brain)의 연결했다는 의미다. BMI 기술은 뇌에 마이크로칩을 심는 침습형과 모자나 헤드셋 형태의 장비로 머리 밖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비침습형으로 나뉜다.

역사는 침습형이 길다. 1990년 미국 에모리대 필립 케네디 교수 연구팀이 목을 제외한 전신이 마비된 뇌졸중 환자의 머리뼈에 구멍을 뚫고 작은 칩을 삽입하는 데 성공하면서 관련 연구가 본격화됐다. 2010년 이후엔 뚜렷한 결과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뇌에 칩을 삽입한 전신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 초콜렛을 먹는데 성공한 2012년 실험(미국 피츠버그대 앤드류 슈워츠 교수)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모자나 헤드셋 형태의 장비를 착용하고 머리 밖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비침습형 BMI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비침습형은 수술이 필요 없어 간편하지만 뇌파가 아닌 노이즈를 걸러내는 게 만만찮다. 이찬희 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비침습형 장비의 인식 정확도는 잘해야 90% 선”이라며 “체험이나 게임용으로는 무리가 없지만 ‘뇌파 휠체어’처럼 정확한 구동이 중요한 장비엔 활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타이핑과 운전도 뇌파로

최근엔 BMI 기술을 개발하는 주체가 기업으로 바뀌었다. BMI를 산업 흐름을 바꿀 ‘게임 체인저’라고 판단한 경영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페이스북 개발자회의 ‘F8’에서 뇌의 언어중추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생각만으로 1분에 100단어를 타이핑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말하는 것과 비슷하거나 더 빨라야 메신저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BMI 기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뉴럴링크(Neuralink)라는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사재를 털어 설립했다. 사람의 뇌에 ‘뉴럴레이스’라는 칩을 이식해 컴퓨터와 연결하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단순히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를 것에서 한 발 나아가 사람의 생각을 파일처럼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머스크 CEO의 설명이다.
닛산은 뇌파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B2V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닛산은 뇌파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B2V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자동차 업계에선 닛산이 BMI의 선두주자다. 이 회사는 B2V(Brain-to-Vehicle)로 불리는 뇌파 운전 기술을 연구 중이다. 뇌파를 측정하는 모자를 착용하면 차량이 운전자의 의도를 인식해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꺽는다. 운전자가 손발을 움직이는 것과 비교하면 조작 시간을 0.2~0.5초 줄일 수 있다.

한국인들이 만든 기업 중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뉴로스카이가 유명하다. 이 회사의 대표작은 염력 게임 ‘포스 트레이너’다. 세타파(고요한 정적 상태에서 나오는 뇌파)가 강해지면 게임 화면 속 공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광선검에 불이 들어온다.

뇌파가 ‘터치’와 ‘목소리’를 언제쯤 대체할 지는 미지수다. 뇌파만으로 사람의 생각을 정확히 읽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머릿속으로 ”드론아 날아라“라는 문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드론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선임연구원은 ”숫자나 도형을 생각했을 때의 뇌파 변화는 쉽게 감지할 수 있지만 추상적인 문장을 떠올렸을 때는 해독이 만만찮다“며 ”재활을 위해 BMI 의료기기를 쓰는 사람들도 측정기가 감지할 수 있는 ‘뇌파 언어’를 별도로 익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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