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10년] 스위스서 인정받은 에이치닥, 직접 블록체인 비즈니스 나선다
직접 퍼블릭 블록체인 메인넷을 개발하고 비즈니스 모델 발굴까지 나선 국내 블록체인 기업이 있다. 다수 퍼블릭 체인 프로젝트들이 택한 파트너사를 통한 분산형 어플리케이션(dApp) 생태계 확보 대신 직접 메인넷 사업화에 나선 것이다.

바로 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이 불던 2017년 글로벌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공개(ICO)를 성공시킨 에이치닥(Hdac)이다. 현대가(家) 3세인 정대선 현대BS&C 사장이 설립했다. 에이치닥은 당시 ICO로 약 2800억원을 모집, 지금까지도 ICO 모집금액이 세계 5위 안에 들어간다.

블록체인 기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에이치닥은 IoT 기기간 통신과 거래 처리를 지원한다. 가령 사용자의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서면 집안 전자기기들이 대기모드를 벗어나 작동을 준비하는 식이다. 기기간 통신(M2M)을 제공하므로 스마트홈, 스마트공장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에이치닥은 ICO로 많은 자금을 모을 만큼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논란도 뒤따랐다. 메인넷을 가동하면서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백서에 예고한 것보다 많은 암호화폐를 회사가 사전 채굴해 논란을 빚었다. 공식 소통 채널이 없어 이같은 논란에 실시간 대응이 어려웠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연스레 스캠(사기성 암호화폐)설도 떠돌았다.

에이치닥은 말보다 '행동'으로 투자자 불안을 잠재우는 방식을 택했다. 메인넷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사전 채굴로 문제가 된 1300억원어치 암호화폐도 소각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함께 공식 소통창구 'Hdac 가치포털'도 구축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11월 기준이 엄격한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의 승인도 받았다. 에이치닥은 문제 없는 프로젝트라고 스위스 정부가 인정한 셈이다.

본격 사업에 나서는 에이치닥은 최근 내부적으로 외부 파트너사를 통한 dApp 생태계 구축 대신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dApp을 활발히 개발할 파트너사를 구하기 어려워진 게 직접적 요인. 소비자에게 dApp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판단도 더해졌다.

에이치닥 운영사인 현대페이, 현대페이 모회사인 현대BS&C가 있으니 직접 서비스를 개발·공급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란 평가다.

윤부영 에이치닥 대표는 "사용자 입장에서 dApp이 일반 앱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갖진 않는다.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에이치닥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수요와 매출을 일으키는 데 우선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App 생태계 확보는 그 다음 단계라는 뜻이다.

그는 "에이치닥과 현대페이가 각각의 브랜드로 블록체인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솔루션 분야와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을 추진한다"며 "올 상반기는 국책과제 수주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에이치닥은 △IoT 센서를 활용해 원자재와 재고 관리를 자동화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공장 시범사업 △계약 체결부터 입고·대금 지불·계산서 발행까지의 자재 조달 프로세스를 처리하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계약 솔루션 시범사업 △인공지능(AI)·IoT·블록체인을 연계한 의약품 공급망 등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개발한다. 스마트홈 솔루션 '헤리엇(HERIOT)'은 개발을 마치고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현대페이는 에이치닥으로 구매 가능한 선불 포인트 발급을 통한 암호화폐 기반 선불 포인트 결제서비스 사업, 안정적 수익률을 보장하는 부동산 개인간(P2P) 펀딩, 핀테크 플랫폼으로 멀티지갑·간편결제·간편송금·P2P투자 등을 제공하는 포털형 월렛서비스 플랫폼 구축도 진행한다.

에이치닥은 이같이 올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직접 나서면서 범현대가와의 협력관계 지속 확대, 브릿지 노드 개발에도 힘쓸 방침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가상화폐 10년] 시리즈는 한경닷컴 기자들이 가상화폐(암호화폐) 10주년을 맞이해 주요 암호화폐들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기획시리즈입니다. <편집자 주>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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