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작년 12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카풀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작년 12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카풀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카풀 업계와 택시 업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카풀 반대를 주장하며 또 한 명의 택시 기사가 분신 사망했기 때문이다.

카풀 사업을 추진 중인 카카오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택시 업계와의 타협 방안 모색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저녁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분신한 택시기사 임모씨(65)는 이날 새벽 병원 치료 중 사망했다. 카풀 갈등으로 택시기사 분신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택시기사 최모씨(57)가 지난달 10일 국회 앞에서 분신을 시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택시 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임씨는 '불법 카풀'을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A4용지 4장짜리 유서를 가족들에게 남겼다. 유서에는 '택시기사가 너무 힘들다', '불법 카카오 카풀 도입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내에게 먼저 떠나 미안하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 단체는 이날 안으로 전체적인 유서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다. 또 택시 단체들은 '카카오 콜 안 받기 운동' 등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카카오의 입장이 당혹스럽게 됐다. 카카오는 앞선 택시기사의 분신 사망으로 예정했던 카풀 서비스를 잠정 연기한 바 있다. 다만 베타서비스(시험서비스)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건이 생긴 것에 애도를 표한다"며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카풀 현안에 대한 논의가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풀과 택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정이 주도했던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출범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타협기구 중심의 논의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열린 기구 출범 사전간담회에서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베타테스트 중단을 요구하며 불참했다.

카풀 업계의 한 카풀러는 "또 한 번의 택시기사 분신 사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택시업이 너무 어렵고 하루하루 벌기도 힘들다는 고인의 말과 카풀을 우려했다는 마음에 깊은 아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들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카풀 논의가 최고점까지 오른 시점에서 정부의 빠른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