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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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컴퓨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창업했던 조그만 회사가 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여년동안 함께 일해온 수많은 동료들의 도전과 열정의 결과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배려 속에서 함께 성장해왔다는 점 또한 잘 인식하고 있다."

김정주 NXC 대표가 지난해 5월 '넥슨 주식 사건' 무죄 판결 직후 한 말이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4억원 상당을 준 혐의로 2년간 재판을 받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1심 법정에서 "재판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되갚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 가족이 가진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저의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넥슨이 현재와 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수평적인 문화가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넥슨은 명실상부 국내 최대 게임회사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8953억원, 영업이익 5413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을 견인했다. 1994년 국내 최초 그래픽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무기로 넥슨을 창업한 김 대표는 NXC 지분 98.64%를 갖고 있다. NXC는 2005년 설립된 넥슨그룹의 지주사로 김 대표는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게임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넥슨코리아를 설립하고 옛 넥슨홀딩스인 NXC를 지주사로 전환시켰다.

NXC 지분 매각은 곧 넥슨을 매각한다는 의미다. NXC의 정확한 가치는 평가되지 않았지만 NXC가 지분 47.98%를 소유한 넥슨(일본법인)의 시각총액이 13조원을 넘어서는 만큼 6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의 결단 배경에는 국내 게임산업의 위기가 있다. 게임산업은 연간 5조원대의 수출을 올리는 효자 콘텐츠 산업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실적이 악화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로는 넥슨 주식 사건이 꼽힌다. 2년간 검찰 조사와 재판에 시달린 김 대표는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새로운 미래에 기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다"며 사실상 은퇴 선언을 했었다.

넥슨 게임이 인기를 끄는 중국 텐센트가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면서 "수출 5조 게임산업을 중국에 다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을 인수할 수 있는 업체는 국내에 없다"며 "중국 텐센트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은 경험하지 못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 걱정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결심을 존중한다면서도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넥슨의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만큼 국내 게임산업 경쟁력이 잦아들 수 있다는 걱정이다. 중견 게임사 간부는 "넥슨은 다양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국내 대표 게임업체"라며 "넥슨이 매각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이 빠르게 쇠퇴할 수 있다. 위기감이 고조되는 게 현실"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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