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초속 100ｍ급으로 날아가는 야구공 수준의 운동 에너지를 가진 우주 입자의 생성 원인을 밝힐 가설을 내놓았다.

류동수 UNIST 교수가 이끄는 한국 연구진은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초고에너지 우주선(Ultra-High Energy Cosmic Ray)’의 생성과 관련한 가설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3일 발표했다.

초고에너지 우주선(線)은 10의 20승 전자볼트(1020eV) 이상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 인간이 지구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 에너지가 10의 13승 전자볼트라는 걸 감안하면 이보다 100만~1000만배 강한 에너지 수준이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은 서울시 면적 만한 지역에 약 1년에 1개 꼴로 떨어진다. 다만 날아오는 과정에서 지구 대기권과 충돌하기 때문에 그 위력이 분산돼 실질적으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미국 유타주의 텔레스코프 어레이 국제공동실험그룹은 2008년 5월 11일부터 2013년 5월 4일까지 5년에 걸쳐 72개의 초고에너지 우주선(5.7×1019eV 이상)을 검출했다. 이 가운데 19개가 큰곰자리 북두칠성 부근의 비교적 좁은 영역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지만, 북두칠성 근처에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만들어질 만한 천체가 없기 때문에 천문학계의 큰 미제로 남아 있었다.

류 교수 연구팀은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집중된 영역에 처녀자리 은하단과 연결된 은하 필라멘트들이 있는 걸 발견했다. 연구팀은 처녀자리 은하단 속 천체에서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생성돼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하다가 지구로 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사하는 과정을 거쳤다. 필라멘트는 은하들이 가늘고 길게 나열된 줄 형태의 천체다. 필라멘트가 교차하는 지점에 은하단이 위치한다.

연구팀은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은하단 속 천체에서 만들어졌고, 우주 공간 속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면서 은하 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한다고 봤다. 이동 중 일부 입자가 우리은하 방향으로 튕겨지면서 지상에서 드문 드문 검출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류 교수는 “처녀자리 은하단에는 ‘처녀자리 A 전파은하(Virgo A Radio Galaxy)’처럼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포함하는 활동성은하핵도 포함돼 있다”며 “이런 은하와 은하단 충격파 등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만들어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우주 공간 이동에 대해 연구한 첫 번째 사례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