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불만 모아 '브랜드 불편지수' 만들죠"
“2013년 서울 노량진에서 고시 공부를 할 때의 일이다. 맛없는 식당이 많은데 포털 사이트에는 맛집만 검색되는 것이 ‘불편’했다. 친구들끼리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맛없는 메뉴, 가게 정보를 공유했다. 입소문이 났던지 커뮤니티에 언급된 사장님이 자신의 가게 얘기도 있는지 슬그머니 물어왔다. ‘고기에서 냄새가 난다’ ‘오전 시간대의 아르바이트생이 불친절하다’는 평을 전달했더니 바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상암동 서울앱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난 김준영 닛픽 대표(29·사진)는 온갖 문제에 대한 불편글을 모으는 앱(응용프로그램) ‘불편함’을 만든 계기를 이렇게 소개했다.

불편함은 매일 불편글을 받는다. 이용자는 불편글 1개당 100원, 다른 이용자의 공감을 얻으면 10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글의 주제는 매일 닛픽이 정한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에서부터 크리스마스, 조별과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주제는 ‘꼰대’였다. 당시 전체 회원의 80%가 참여했다.
"생활 속 불만 모아 '브랜드 불편지수' 만들죠"
불편함에 누적된 글은 지난해 말 기준 8만여 개다. 김 대표는 “한국소비자원이 한 달 평균 6만 개 정도를 모으는데, 우리가 서비스 시작 6개월 동안 8만 개를 수집했다”며 “올해는 한 달 10만 개 이상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닛픽은 사용자가 남긴 불편함을 재가공해 돈을 번다. 불편글 중에서 높은 빈도로 언급된 단어를 추출해 해당 브랜드를 분석한다. 여기에 이용자가 제시한 개선점도 포함해 리포트를 전달한다. 부정, 중립, 긍정 단어 비율을 따져서 사람들이 해당 제품, 브랜드에 얼마나 불편해하는지 ‘불편지수’를 알려주기도 한다. 여기에 연령, 성별 등에 따라 분류해 최종적으로 불편 데이터를 만든다.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업체는 다양하다. 먼저 제조업체의 연구개발 부서와 협업한다. 예를 들어 수영복 회사가 의뢰하면 수영복에 어떤 불편을 느끼는지 데이터를 정리해서 준다. 회사는 그걸 제품 연구개발에 활용한다.

김 대표는 “일본에는 ‘불만매입센터’라고 해서 사람들의 불편 의견을 사서 만든 제품을 파는 곳이 있다”며 “‘8000명의 불편한 의견으로 제작한 침대’라는 식으로 마케팅도 한다”고 설명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의 고객서비스 부서에 데이터를 주는 것도 수익모델 중 하나다. 그는 “상품 후기만 봐도 80~90%는 좋은 내용”이라며 “부정 데이터는 모으기 힘들어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업종별 브랜드 부정 평가도 주기적으로 모으고 싶다”고 했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 등 사회 이슈와 관련한 내용은 언론에 알리기도 하고, 정책에 대한 문제점은 정부에도 전달한다. 해운대에 대한 불편을 해운대구청에 전달하는 식이다.

불편함에 올라오는 글 가운데는 가짜, 조작 내용도 없지 않다. 닛픽은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방법 등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 대표는 “30대 주부라고 썼다가 또 다른 글에서는 40대 직장인 남성이라고 하는 ‘다중이’는 거름망에 걸린다”며 “모니터링하다 그런 행위가 반복되면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불편러’(온라인에서 불편을 토로하고 다른 사람들의 공감 또는 동조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이 고객이다 보니 닛픽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메일이 날아온다. 자유게시판인 ‘이슈함’ 게시판을 새로 마련한 것도 고객들의 쓴소리 덕이었다.

닛픽은 다음달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블록체인으로 저장된 데이터는 조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데이터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불편함을 쏟아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바람이다. 그는 “우리나라 행복지수가 정말 낮은데 생활 속 불편함을 줄여나가다 보면 만족감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강조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