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택시 호출 서비스 ‘티맵 택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두 달 새 사용자가 12배 이상 늘어났다. 기존 1위 사업자인 카카오가 ‘카풀(출퇴근 차량공유)’ 문제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가운데 반사이익을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택시는 물론 승차공유 등 다른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의 이용 역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되레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카카오 카풀' 갈등에…질주하는 SKT '티맵 택시'
“이용자 5명 중 1명은 티맵 택시 이용”

SK텔레콤은 티맵 택시의 월간 실사용자(MAU)가 지난 29일 기준 120만5000명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지난 10월 말 실사용자 9만3000명보다 12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택시 호출 앱(응용프로그램) 이용규모는 월평균 6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용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티맵 택시를 이용하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초 티맵 택시 앱을 전면 개편하면서 연말까지 MAU 100만 명을 목표로 내세웠다.

티맵 택시 서비스는 2015년 처음 도입됐지만 카카오의 카카오T 택시에 밀려 그동안 유의미한 사용자 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 티맵을 갖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와 함께 자율주행자동차 등 모빌리티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SK텔레콤으로선 택시 호출 서비스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겪는 사이에 티맵 택시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들고 나왔다.

SK텔레콤은 승객 위치를 지인이 확인할 수 있는 ‘안심 귀가 라이브’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T멤버십 10% 요금 할인혜택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카카오에 뿔이 난 택시기사들도 티맵 택시를 반겼다. 지난달 5일 티맵 택시 개편 당시 이 서비스를 이용하던 택시기사는 6만5000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24일 10만 명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29일 15만 명까지 늘었다. 전국 택시기사 27만 명의 56%에 이른다.

여지영 SK텔레콤 TTS(Total Transportation Service) 유닛장은 “티맵 택시에 대한 고객들의 높은 관심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월간 사용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며 “앞으로도 고객 만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차별적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T멤버십 연계 10% 할인혜택을 다음달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카풀 갈등 계기로 관심 더 높아져”

티맵 택시 이용자의 증가세만큼 가파르지는 않지만 카카오T 택시 이용자도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달 27일까지 카카오T 택시의 하루평균 호출 건수는 165만 건으로 집계됐다. 연말 특수를 감안하더라도 9월 147만 건, 10월 150만 건, 11월 156만 건 등 호출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T 택시에 가입한 택시기사 숫자도 지난 9월 22만 명에서 이달 23만 명으로 늘었다. 전국 택시기사의 85%에 이른다.

카카오 관계자는 “택시업계가 지난 10월부터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용이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독주’하던 택시 호출 앱 시장에 SK텔레콤이라는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시장이 전체적으로 커졌을까. SK텔레콤 관계자는 “전체 택시 호출 앱의 MAU는 11월 기준 580만 명이었지만 이달에는 650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며 “택시 호출 앱을 이용하는 고객 범위가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택시업계가 지난 20일 집단파업을 하면서 택시 호출 앱 외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쏘카의 자회사 VCNC의 렌터카와 대리기사를 결합한 서비스 ‘타다’는 2개월여 만에 앱 다운로드가 20만 건을 넘었고 재이용률도 80%대를 기록하고 있다. 카풀업체 풀러스는 택시업계가 파업을 벌인 20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호출 건수가 평소 대비 여섯 배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을 계기로 모빌리티 서비스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여당은 ‘택시·카풀 문제 관련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을 위한 간담회’를 지난 28일 열기로 했지만 택시업계가 카카오를 포함해 진행 중인 모든 카풀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며 참여를 거부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