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이야기

사이언스가 뽑은 '올해 과학계 업적'
세포 생성과 분화 과정 추적
DNA로 40년 만에 연쇄살인범 검거
37억광년 우주서 온 중성미자 포착

국내선 누리호 발사체 시험발사 성공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도 성과
제브라피시 배아 발달의 초기 단계.  /하버드대 제공

제브라피시 배아 발달의 초기 단계. /하버드대 제공

1976년부터 1986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2명을 살인한 ‘골든 스테이트킬러’가 42년 만에 체포됐다. 범인을 잡은 건 사람이 아니라 ‘과학’이었다. 공공 DNA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범행 현장에서 나온 DNA를 비교한 결과 가장 유력한 범인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도 과학기술은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갔다. 해외에선 DNA 분석으로 골든 스테이트킬러를 검거했을 뿐 아니라 37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에서 온 중성미자(中性微子·neutrino)를 발견했다. 국내에서는 독자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의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했다.
유레카!…올해도 과학은 한 발 더 나아갔다

350조㎞ 떨어진 블랙홀에서 온 중성미자 발견

미국 사이언스지는 2018년을 빛낸 12개의 과학뉴스를 최근 공개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37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에서 온 중성미자였다. 중성미자는 우주 만물을 이루는 기본입자지만 질량이 거의 없고 전기도 띠지 않아 세상 대부분 물질을 그냥 통과한다. 이 때문에 ‘우주의 유령’이란 별명이 붙었다. 중성미자가 품고 있는 에너지와 이동거리를 측정하면 해당 천체에 무슨일이 벌어졌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중성미자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9월22일이었다. 남극 빙하의 지하 2㎞ 지점에서 이 물질이 발견됐다. 이 중성미자를 분석하는 데만 12개국 300명 과학자가 투입됐다. 이들은 약 10개월의 연구를 통해 이 중성미자가 37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에서 비롯됐음을 밝혔다. 품고 있는 에너지가 태양에서 나온 중성미자의 수백만 배란 사실도 증명했다.

유전자 70%가 인간과 같은 인도의 담수 물고기 제브라피시의 RNA(ribonucleic acid) 비밀을 푸는 연구결과도 주목받았다. ‘단일 세포 RNA 시퀀싱’이란 기술을 활용해 제브라피시 배아에서 나온 9만2000여 개 RNA 덩어리가 25개 장기로 바뀌는 과정을 추적했다. 연구를 주도한 대니얼 와그너 미국 하버드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는 “향후 고등생물의 발달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NA는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유기물을 이루는 근원 물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지난 4월 DNA 공공데이터 분석을 통해 12명을 살해하고 40여 명을 강간한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를 체포했다. 전직 경찰이었던 드앤젤로는 용의선상에 올라 있지도 않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과거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DNA를 기존 공공 DNA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정체가 드러났다.
지난달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 발사체.

지난달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 발사체.

국내 개발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는 올해 국내를 빛낸 10가지 과학뉴스를 선정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최초로 국내 독자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시험발사체의 발사 성공이다.

누리호는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10여 분간 비행에 성공했다. 2021년 본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국내 고유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를 보유한 국가가 된다.
유레카!…올해도 과학은 한 발 더 나아갔다

미생물로 플라스틱을 제조하고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도 나왔다. 이상엽 KAIST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장균을 활용해 포도당 등 바이오매스로부터 플라스틱 종류 중 하나인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를 만드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지금까지 복잡한 공정을 거쳐 제조해 온 방향족 폴리에스테르를 미생물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길이 열린 셈이다.

이 연구팀은 기존보다 뛰어난 PET 분해 능력을 갖춘 효소도 개발했다. 페트병의 원료인 PET는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주요 원료지만 자연분해 속도가 매우 느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연구팀은 유전자 재조합 등을 통해 이 효소의 PET 분해 능력을 키운 변이 효소를 만들었다.

기업들이 선보인 기술 중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2세대 10나노급 D램 기술이 첫손가락에 꼽혔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세대 10나노급 공정을 적용해16Gb(기가비트) LPDDR4X 모바일 D램을 개발했다. 내년 초 출시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에 탑재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2세대 10나노급 16Gb DDR5 D램을 내놨다. 기존 제품의 최대치보다 1.6배 빨라진 모델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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