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산업 성장에 4~6년 더 필요…협력으로 상생해야"
[코인터뷰] 공태인 코인원 리서치센터장 "가격은 가상화폐 가치 반영 못해"

“애널리스트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가 가격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블록체인 산업의 펀더멘탈이 될 지표를 만들고 있어요.”

공태인 코인원 리서치센터장(사진)은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가격 하락이 가상화폐(암호화폐)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 산업의 기초체력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히 증가하는 페이스”라면서 유즈 케이스, 프로젝트 수 등 블록체인 산업의 기초체력을 측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 하락이 투자 환경을 악화시키는 점은 우려했다. 공 센터장은 “가격 하락으로 심리적 여유를 잃은 투자자가 증가하니 이들을 타깃으로 사기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엑시트를 위해 암호화폐 공개(ICO)에 나서기도 한다. 인건비를 현금 대신 찍어낸 암호화폐로 대신하려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블록체인 업계는 내년 1분기부터 실사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등장해 산업을 활성화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공 센터장은 타이밍을 다르게 봤다. 과도한 기대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산업과 달리 블록체인 산업만 갑자기 성장할 것이라 보긴 어렵다.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산업이 성장하려면 4~6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 센터장은 “내년 하반기에야 창업 3년째가 되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증가한다. 그때 본격적인 시제품이 등장할 것”이라며 “사업모델을 잘 짜는 업체가 등장하는 데 2~3년, 그런 업체가 수익을 내려면 다시 2~3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기반 킬러 콘텐츠가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은 점차 조성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성인물이 콘텐츠 시장을 발전시킨 것처럼 블록체인도 인간 본능에 충실한 분야에서 점차 사용되고 있다”며 “소위 떳떳하지 못한 분야라도 블록체인이 쓰이고 사용자들이 익숙해지면 고사양 사용처도 나오게 된다. 이런 지표는 성장 중”이라고 했다.

코인원은 블록체인 산업이 금융산업의 형태를 닮아간 뒤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재 금융 시스템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마이크로 밸류 트랜잭션’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사용될 것이란 시각이다.

이를테면 자율주행차가 보급된 상황에서 암호화폐가 사용되는 시나리오도다. 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가는데 길이 막힐 경우 ‘나를 추월시켜주는 차에게 5원을 지불한다’는 계약을 적용하고 양보하는 차량에게 대금을 자동 지불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이처럼 매우 적은 금액 이체는 현행 금융시스템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커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발상의 배경에는 코인원의 자유로운 문화가 깔려있다. 공 센터장은 “제조업이 100만원짜리 상품을 판매해 1조원짜리 기업을 만든다면 블록체인은 1~10원을 모아 10조원짜리 기업을 만드는 산업”이라며 “이러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내부적으로 실험하는 것들이 많다. 개발자들도 남는 시간에 시제품을 만들곤 한다”고 귀띔했다.

또 “블록체인 산업에는 엔지니어나 전문가가 없다. 남들보다 약간 먼저 시작한 이들이 있을 뿐”이라면서 “차명훈 코인원 대표도 유명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핵심 개발자였지만 스스로를 엔지니어라고 부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암호화폐 거래소로 수익을 냈다고 하지만 이웃 기업들 시각에서는 보잘것없는 수준일 것”이라며 “이런 성과로 잘난 척 할 수 없다. 많은 파트너를 구하고 협력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했다.

리서치센터의 역할에 대해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잘 아는 사람과 암호화폐 가격 차트를 잘 보는 사람은 많지만 그 중간이 없다”면서 “그 정보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우리 역할이다. 1월 첫 주에 2019년 전망 보고서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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