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냉장고 대신 '김치냉장고' 택하는 소비자들…왜?
# 이달 초 결혼한 이운화 씨(34)는 혼수 가전으로 냉장고 대신 김치냉장고를 선택했다. 김치냉장고(750리터 기준)가 30만원 가량 비싸지만 워낙 기능이 다양해 활용도가 냉장고보다 더 높다고 판단해서다. 이씨는 "일반 냉장고와 달리 김치냉장고는 고기 숙성부터 바나나 보관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디자인도 기존 냉장고와 차이가 없고 가격 할인 폭도 커 김치냉장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치냉장고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편의성이 강화된 스탠드형 제품이 다목적 콘셉트로 발전하면서 냉장고 대신 김치냉장고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신혼부부와 60대 이상 노년층의 관심이 높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1조5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판매 대수는 120만대 정도다.

1984년 등장한 김치냉장고는 1995년 아파트 붐에 힘입어 2009년 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연평균 판매량도 100만대 수준으로 늘었다. 하지만 '김치냉장고=김치 보관'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성장세는 잦아들었다. 2015년 1조3000억원을 기록한 후 정체된 성장세도 계속됐다. 업체들은 대형화 추세에 맞춰 용량을 늘리고 스탠드형 제품을 개발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교체 주기가 7년으로 길고 내수 시장에만 의지하는 만큼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슈+] 냉장고 대신 '김치냉장고' 택하는 소비자들…왜?
아이러니하게도 김치냉장고는 김치를 버리면서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김치냉장고의 다목적 콘셉이 호응을 얻으면서 시장 규모와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치 보관 용량을 줄이고 김치만 보관한다는 인식을 깨뜨리면서 판매량이 늘었다"며 "김치냉장고가 식재료를 저장하는 제품으로 인식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치냉장고는 일반 냉장고 보다 정온성이 우수해 식재료 보관에 유리하다. 냉기를 통해 온도를 유지하는 냉장고(간접 냉각)와 달리 저장실 자체를 차갑게 유지하는 직접 냉각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식품 변질과 수분 유지에서 강점이 있다. 김치냉장고가 고기 숙성, 열대 과일 보관 등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올해 출시된 신제품 대부분은 식품별 보관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이름을 아예 '김치플러스'로 바꾸고 11가지 식품 보관 기능을 추가했다. 대유위니아와 LG전자 역시 사계절 가전 컨셉을 강조하면서 육류·과일 등 식재료 숙성 기능을 더했다. 김치는 물론 일반 식품까지 김치냉장고 한 대로 모두 보관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대한 것이다.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김치냉장고의 교체주기는 7년으로 냉장고(10년) 보다 3년 정도 짧다. 직접 냉각을 사용해 에너지효율이 낮고 칸막이가 세분화돼 있지 않아 식품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같은 단점을 극복한 내구성과 편의성이 강화된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가격은 300만원이 넘는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업체들이 다목적 콘셉의 편의성이 개선된 제품을 내놓으면서 김치냉장고가 냉장고 교체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며 "김치냉장고는 냉장고를 대체할 수 있는 반면 냉장고는 김치냉장고의 대체품이 되기 힘들다. 김치냉장고 시장이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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