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통화 무료로 하세요"…통신 3社 '로밍 경쟁'
한때 ‘요금 폭탄’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해외 로밍 요금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통화료 수준의 요금을 적용한 데 이어 데이터 요금제에만 가입하면 통화 수신·발신 요금을 무료로 하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로밍이 가입자 유치에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고 로밍 서비스 대신 현지 유심칩을 구입하는 이용자를 붙잡으려는 것도 한 배경이다.

SKT “해외 음성통화 무료”

"해외서도 통화 무료로 하세요"…통신 3社 '로밍 경쟁'
SK텔레콤은 통신 3사 가운데 신규 로밍 서비스를 가장 늦게 내놨지만 수신·발신 통화를 무료로 한다는 가장 파격적인 방안을 들고 나왔다.

SK텔레콤은 지난 17일부터 세계 168개 국가에서 자사 고객이 수신·발신 통화를 무료로 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T전화 앱(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고 데이터 로밍 요금을 써야 하는 조건이다.

로밍 고객이 T전화를 쓰면 통화 상대방의 통신사, T전화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무료로 통화할 수 있다. 로밍 고객이 외국에서 현지 식당이나 숙소에 전화하거나 함께 여행 온 일행과 통화하는 요금도 무료다.

"해외서도 통화 무료로 하세요"…통신 3社 '로밍 경쟁'
데이터 로밍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무선 인터넷(와이파이)에 접속한 상태에서 T전화를 사용하면 같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선 현지 데이터망 이용에 따른 이용료를 내야 한다.

무료 통화를 이용하려면 별도 서비스에 가입할 필요 없이 최신 버전의 T전화 앱을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으면 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에서 카카오톡 음성통화를 쓰면 데이터가 차감되고 앱 회원 사이에서만 통화할 수 있지만 T전화 로밍은 모든 유무선 가입자를 대상으로 데이터 차감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해외 데이터망과 국내 음성망을 연동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해외 로밍 통화는 현지 국가망,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국제망, 국내망 등 3개 구간을 이용한다. 기존 음성 로밍은 세 구간 모두 음성망을 사용했다. SK텔레콤은 현지망과 국제망에서 음성망 대신 데이터망을 이용하는 ‘mVoIP(mobile Voice over IP)’ 방식을 도입해 원가를 절감했다. 동시에 음성통화 품질과 음성 전달 속도를 기존 로밍 대비 평균 20%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초당 1.98원 KT, 수신요금 무료 LGU+

"해외서도 통화 무료로 하세요"…통신 3社 '로밍 경쟁'
KT와 LG유플러스도 앞서 해외 로밍 시 음성통화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내놨다.

KT는 지난 5월 해외에서도 음성통화 요금을 국내와 똑같이 초당 1.98원을 적용하는 ‘로밍온(ON)’ 서비스를 도입했다. 일본, 중국, 미국으로 시작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와 유럽 주요 국가 등 21국으로 적용 국가를 늘렸다. 기존에는 국가에 따라 분당 2000~4000원을 내야 했지만 로밍온 적용 이후 분당 119원으로 줄었다. 별도 데이터 로밍 요금제에 따로 가입할 필요 없이 모든 가입자에게 적용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LG유플러스는 10월부터 데이터 로밍 요금 가입자에게 음성 수신료를 받지 않고 있다. ‘맘편한 데이터팩’ 등 6개 데이터 로밍 요금제 가입자가 대상이다. 해외에서 전화를 걸 때는 카카오톡이나 애플 페이스타임 등을 이용해 무료로 전화를 걸 수 있지만 국내에서 전화가 걸려올 경우 로밍 음성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로밍도 경쟁 치열

"해외서도 통화 무료로 하세요"…통신 3社 '로밍 경쟁'
로밍 통화는 물론 데이터 로밍 분야에서도 통신사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통신 3사가 하루 1만~1만5000원 수준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놨지만 100메가바이트(MB)를 넘어가면 속도제한(QoS)에 걸려 동영상 스트리밍은커녕 인터넷 브라우저 사용에도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현지 유심이나 포켓 와이파이 등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늘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올해 들어 통신 3사가 개선된 데이터 로밍 요금제를 차례대로 내놓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월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를 내놨다. 중국 일본 미국 등 37개국에서 하루 1만3200원으로 속도 제한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KT도 7월부터 ‘로밍온 데이터 하루종일 프리미엄’ 상품을 선보여 하루 1만4300원으로 외국에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괌과 사이판에서 국내 요금제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하는 ‘T괌·사이판패스’를 내놨다. 가령 T플랜 라지 요금제에 가입했다면 기본 제공하는 100기가바이트(GB) 데이터를 괌·사이판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다.

통신사들이 해외 로밍 관련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은 것은 지난해 2600만 명이 출국하는 등 해외 여행자 수가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해외에서도 모바일 인터넷 이용이 많아지면서 현지 유심이나 포켓 와이파이 대신 자사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려는 의도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당분간 로밍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