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젠 듣는다
책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눈으로 읽던 방식에서 벗어나 오디오, 동영상 등으로 책을 소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가 내놓은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은 출시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약 12만 명이 구독했다. 2013년 4월부터 오디오북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지는 현재 344편의 관련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가 내놓은 배우 이병헌 씨가 읽어주는 리딩북 《사피엔스》도 인기다. 출시 1주일 만에 1만5000명이 들었다. “평소 책을 읽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쉽게 해설해서 읽어주는 것에 열광한다”는 게 밀리의 서재 측 설명이다.

오디오북은 주로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애용한다. 눈으로 책을 보기 어려운 장소와 시간에도 스마트폰 등을 통해 책을 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오디오북 시장에 뛰어든 참여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3일 오디오클립 서비스를 전면 개편했다. 일반 창작자들도 오디오북을 제작해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밀리의 서재는 유명인들이 어려운 책을 30분 내외로 쉽게 해설하고 짧게 읽어주는 ‘리딩북’ 서비스를 내놓았다.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인 팟빵도 누구나 오디오북을 만들어 올리고 판매할 수 있는 ‘오디오북 오픈 플랫폼’ 서비스를 개시했다.

유튜브로 책을 ‘보는’ 방법도 있다. ‘어북유토피아(abookutopia)’나 ‘폴란드바나나스북스(polandbananasBOOKS)’ 등의 해외 채널들은 3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이란 뜻의 ‘북튜브’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국내에선 ‘겨울서점’이 대표적인 북튜브 채널이다. 주로 책의 일부를 읽어주거나 운영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소개하는 식으로 영상이 구성된다. 출판계 관계자는 “TTS(text to sound·문자음성 자동변환 기술) 기능을 이용하면 일반 책도 음성으로 변화해 들을 수 있다”며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한 미키엘 콜만 국제출판협회(IPA) 회장은 “출판산업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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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