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 앱의 3D 아바타
제페토 앱의 3D 아바타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Zepeto’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70만 건 넘는 글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 글의 공통점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제페토’로 만든 아바타가 등장한다는 것.

올 8월 출시된 제페토는 사용자와 꼭 닮은 3차원(3D) 아바타를 만든 뒤 증강현실(AR) 기술로 실제 사진이나 가상 배경에 자연스럽게 합성해 준다. 아바타끼리 게임을 즐기거나 문자메시지 이모티콘으로 활용하는 등 여러 앱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갖고 놀 수 있다. 20여 개 나라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자)에 인기를 끌면서 출시 석 달 만에 다운로드 1200만 건을 넘어섰다.

인스타서 뜨거운 ‘아바타 놀이’

10여 년 전 ‘싸이월드’ 시절 유행하다 한동안 시들했던 아바타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3D와 AR은 물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한층 입체적으로 부활한 요즘 아바타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제페토를 개발한 회사는 네이버 계열사 스노우다. 이 회사는 카메라 앱 ‘스노우’로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뒀으나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어 적자를 면치 못했는데, 후속작인 제페토 성공에 크게 고무돼 있다. 제페토에선 얼굴은 공짜로 만들 수 있지만 옷을 입히거나 배경, 동작 등을 넣으려면 유료 아이템을 사야 한다.

네이버 측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미국, 중국, 영국, 한국 등의 애플 앱 장터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며 “사내에선 제페토를 ‘제2의 스노우’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를 넘었고 최근엔 태국, 이탈리아 등에서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설명이다.

제페토는 ‘닮긴 닮았지만 실제보단 조금 더 예쁘고 귀여운’ 아바타를 생성하는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라인프렌즈 캐릭터와 연계한 ‘BT21×제페토’ 테마를 선보여 월간 매출을 두 배로 끌어올렸다.
제페토 앱의 3D 아바타
제페토 앱의 3D 아바타
구찌도 꽂힌 3D 아바타

중국의 유명 카메라 앱 ‘메이투’는 최근 제페토를 상당 부분 베낀 아바타 생성 기능인 ‘메이투 AI’를 추가했다.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니스가 선보인 3D 아바타 앱 ‘지니스’는 지난달 유명 패션업체 구찌를 첫 광고주로 영입했다.

구찌는 아바타 전용 명품 의류 200여 종을 제작해 지니스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용자들이 구찌 옷을 입힌 아바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입소문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3D 아바타 앱에 가장 반응이 뜨거운 이용자는 10대들”이라며 “구찌 사례처럼 밀레니얼 세대를 집중 공략하기 원하는 소비재 기업에 매력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타의 화려한 부활은 최근 몇 년 새 급속히 대중화한 VR·AR 기술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지난해부터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은 3D 입체 아바타 기능을 일제히 탑재했다. 애플의 ‘미모지(옛 애니모지)’에 이어 삼성전자 ‘AR 이모지’와 LG전자 ‘마이 아바타’ 등이 대표적이다.

아바타끼리 둘러앉아 VR 방송도 본다

3D 아바타는 SNS를 넘어 동영상, 쇼핑 등 여러 영역에서 활용되는 추세다. 국내 가상현실(VR) 스타트업 살린은 아바타를 활용한 방송 서비스 ‘에픽라이브’를 개발했다. 여러 아바타가 둘러앉아 대화하며 방송, 공연, 스포츠 중계 등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 아프리카TV와 제휴를 맺은 데 이어 해외 VR 기업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3D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클로버추얼패션은 패션업체 LF와 손잡고 지난 17일 ‘마이 핏’ 서비스를 선보였다. LF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용자의 신체지수와 똑같은 가상의 아바타에 옷을 입혀볼 수 있다.

2000년대 국내 아바타 열풍의 원조였던 싸이월드는 조만간 ‘미니미 캐릭터 공모전’을 열어 아바타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다. 싸이월드 측은 “미니미와 미니룸을 시작으로 많은 회원의 추억이 깃든 서비스를 새로 단장해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