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건당 특허 출원 단가가 1000만원이 넘는데 한국에선 잘 받아야 150만원이에요. 지식재산권이 중요하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합니다.”

오세중 회장 "턱없이 낮은 특허 출원 수수료, 국내 특허의 질 하락 불러왔다"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사진)은 23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리사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국내 특허출원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양적으로는 세계 4위 특허강국(출원 기준)이지만 특허의 질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다고 오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턱없이 낮은 변리사의 특허출원 대리인 보수가 국내 지식재산권의 수준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리사들이 낮은 가격에 최대한 많은 일을 따내는 박리다매식 영업을 하다 보면 특허의 질을 신경 쓰기 힘들다는 논리다.

오 회장은 특허침해 손해배상 금액이 지나치게 낮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특허법 개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최고 세 배로 높아지지만 그동안은 대다수 손해배상액이 1억원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적은 손해배상금을 물더라도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특허를 침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이 한국에서 특허를 출원하지 않는 ‘코리아 패싱’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오 회장은 “한국에서 소송을 해봐야 특허침해 사실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고, 손해배상액 자체도 적어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특허시장에 쏟아붓는 예산이 줄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어 “국내 대기업 중에도 해외에서만 특허를 내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법원이 특허침해에 대해 최고 세 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물릴지도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국내에선 특허침해 사실을 인정받는 게 쉽지 않다”며 “법원이 피해액의 최고 세 배를 물라는 판결을 쉽게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변리사 업무를 쉽게 보고 시장에 진입하는 변호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오 회장은 “특허업무를 잘 모르는 변호사들이 변리사를 사무장으로 고용한 뒤 주먹구구식으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다” 고 지적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