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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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수제맥주가 청와대 만찬주로, 1개월 만에 5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롱패딩까지…

유통업계에서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 '스타 상품 등용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신제품 홍보 및 시장 검증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참여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어서 인기다.

크라우드펀딩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업 자금을 모으는 펀딩 방법이다.

◆ 크라우드 펀딩 '스타상품 등용문'

21일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에 따르면 지난 9~10월 참여자에게 제품으로 돌려주는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 성공률은 73%, 평균 목표금액은 598%에 달했다.

프로젝트가 가장 많이 오픈된 분야는 패션·잡화, 푸드, 홈리빙, 테크·가전, 뷰티 순으로, 모집 금액 기준으로 5억6600만원을 기록한 스켈리도 롱패딩 프로젝트가 가장 높은 금액을 모았다.

스켈리도 롱패딩 프로젝트는 스포츠 전문 브랜드 스켈리도가 지난 9월 한 달간 진행한 리워드형 프로젝트로 총 4368명의 투자자로부터 목표 금액을 18875% 초과 달성했다. 패딩 한벌당 가격은 8만8000원에 불과하다. 스켈리도는 지난해 처음 진행한 롱패딩 펀딩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지퍼와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으로 두번째 펀딩을 진행했다. 의류 신상품으로는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많은 금액을 모았다.

무명 수제 맥주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청와대까지 입성한 경우도 있다. 수제 맥주 제조기업 '세븐브로이'는 지난해 5월 음식점·대형마트·편의점 등 판로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와디즈 펀딩에 나섰다. 당초 목표 금액은 1억원이었지만 지역맥주 콘셉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목표금액을 254% 초과 달성했다. 뒤이어 작년 7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의 청와대 호프미팅에 건배주로 선택되기도 해 전국적인 '스타상품' 반열에 올랐다.

투자형(증권형) 펀딩으로 기업 주주가 될 수도 있다. 최근 호텔 사업자 핸드픽트컬렉션즈는 와디즈를 통해 국내 최초로 호텔 주주를 모집하는 투자형 펀딩 프로젝트를 오픈했다. 투자자들은 호텔 주주가 되는 동시에 호텔 멤버십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번 펀딩으로 중소형 호텔 및 공간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사업자금 조달 및 홍보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 불황의 터널, '팬덤 마케팅'로 뚫는다.

크라우드 펀딩이 '스타상품 등용문'으로 작용하면서 최근 유통업계는 크라우드 펀딩에 속속 나서고 있다.

최근 신세계의 온라인몰 'SSG닷컴'은 업계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우르르'를 시작했다. SSG닷컴가 처음 판매한 '라헨느 7L 에어프라이어'는 1차 프로젝트 마감 때 목표 수량의 200% 이상을 달성했다. 오는 28일부터는 서울시와 코오롱이 공동 개발한 라쏨 메모리폼 매트리스(36만원), 한나패드 유기농 면생리대 시작패키지(6만9800원)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은 크라우드 펀딩업체 텀블벅과 연계해 우수 스타트업 상품에 대한 영상 콘텐츠 제작부터 판매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두 달간 인터넷쇼핑몰 롯데아이몰과 모바일앱에서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상품을 판매하는 '세상에 없던 패션소품 기획전'을 진행한다.

LF가 운영하는 신발 전문 편집숍 '라움에디션' 역시 지난 5월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신발을 주문받아 생산하는 '마이슈즈룸'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 대중이 후원·투자 한 뒤 제품을 받는 리워드형과 금전적 수익을 받는 증권형으로 나뉜다. 업체 입장에서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험해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유통 과정을 줄여 상대적으로 시중가 대비 저렴한 아이디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로는 상품에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어 최근 인기다.

이같은 관심에 힘입어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1위 와디즈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투자형 펀딩 모집금액은 89억원에서 2018년 상반기 174억으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투자자 수 역시 30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4배로 늘었다. 지난해에만 와디즈는 1231개 프로젝트를 시도해 총 300억원 안팎의 자금 조달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텀블벅 역시 최근 누적 후원금 500억원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은 소비자들의 공유와 추천을 통해 판매 효과를 보는 일종의 '팬덤 마케팅'"이라며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뷰티, 음식료, 패션아이템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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