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영 바이오네틱스 대표(사진)는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직접 개발한 약을 승인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바이오네틱스는 지난해 2월 설립된 신생 바이오회사다. 전 직원이 7명뿐인 작은 회사지만 설립 2년도 안돼 147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11월 첫 투자를 받았고 1년 만인 지난 4일 KB인베스트먼트 등 7개 기관투자가로부터 108억원을 조달했다. 정 대표는 “초기 선도물질부터 시작했다면 3~4년이 걸리지만 처음부터 후보물질을 가지고 투자를 받아서 속도가 빨랐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네틱스는 후생유전학 표적항암제 NTX-301과 녹내장 점안치료제 NTX-101의 전임상을 하고 있다.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으로 전임상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 임상 1상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점안 녹내장 치료제의 개발 속도가 빠르다. 정 대표는 “비임상 단계에서 우수한 안압 조절 효과를 비롯해 시신경, 안구 조직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제 중 안압과 조직 보호 두 가지 효과가 있는 약이 없기 때문에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전임상 시험에서도 장기 투여 시 독성이 나타나지 않아 내년 상반기에는 무리없이 전임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2020년 상반기 임상 1상을 끝내고 2020년 하반기부터는 임상 2상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표적항암제 NTX-301은 전임상 연구 결과 고형암 등 다양한 암환자의 치료에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대표는 표적항암제를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같은 계열 치료제 가운데 최고인 약) 신약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국내 의약품개발업체(NRDO)들은 우수 기술을 후보물질 단계에서 찾아내 기술수출한 뒤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이들과는 다르게 가려고 한다”며 “기존에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나 난치성 치료제에 집중해 실제 판매되는 신약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광동제약이 4조원 규모의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제주 삼다수, 비타500 등 일반음료사업과 제약사업 경험을 살려 HMR 시장에 자리잡은 식품회사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최근 가정간편식 브랜드 ‘광동약선(사진)’을 출시했다. 젠푸드와 성보가 생산해 광동제약의 온라인 공식 판매점 KD몰(KDmall)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처음 선보인 제품은 ‘돼지감자 우린 짜글이’ ‘연잎 우린 약콩 들깨탕’ 등 국·탕·찌개류다.광동약선은 인스턴트식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약재를 넣은 보양식 제품도 내놨다. ‘헛개 황태 해장국’ ‘쌍화 갈비탕’ ‘옥수수수염 우린 우렁 된장찌개’는 광동제약의 대표 상품인 쌍화탕, 옥수수 수염차, 헛개차 등에서 차용했다. 일반의약품과 공동 마케팅을 통해 시너지 효과도 노렸다. 쌍화 갈비탕은 ‘광동 진쌍화’를 넣어 끓이면 진한 향과 깊은 맛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업계는 수익성이 악화된 광동제약이 사업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2015년 50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2016년 444억원, 2017년 357억원으로 매년 이익이 줄고 있다. 제약사업 이외의 매출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 중 음료사업 비중은 40%에 달한다.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글로벌 4위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은 2년 전 폐암 신약의 글로벌 임상을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미국 유럽 등 의약품 시장 규모가 큰 지역을 우선시하는 관행을 깬 것이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국내 임상 환경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국내에 이어 미국 대만 등으로 임상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얀센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 임상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환자들이 신약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다국가 임상 건수, 10년 새 2배 ‘껑충’국내에서 이뤄진 다국가 임상시험은 2007년 148건에서 지난해 299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다국가 임상시험은 제약사가 개발한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2개국 이상에서 하는 글로벌 임상시험이다. 다국가 임상시험에는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한다.한국은 항암제 임상시험에서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이뤄진 항암제 임상 251건 가운데 60%가 넘는 153건이 다국가 임상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면역항암제 옵디보와 키트루다 임상이다. 두 항암제의 다국가 임상 지역에 한국이 포함됐다. 이 덕분에 옵디보와 키트루다는 국내에서 2016년 4월 판매 허가가 났다. 미국보다 각각 13개월, 6개월 늦었지만 임상국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보다 2년 이상 빨랐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관계자는 “앞선 의료기술과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 역량 등을 인정받아 초기 임상에 한국이 포함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며 “국내 환자들이 최신 신약을 더 빨리 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임상 환경 ‘세계 최고’ 수준국내 임상 환경의 경쟁력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가별 의약품 임상시험 프로토콜 건수 기준 한국은 지난해 전체 7865건의 3.51%를 차지해 6위를 기록했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이 몰려 있는 서울은 임상시험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의료진의 임상 수행 능력이 뛰어난 데다 대형병원이 밀집돼 있어 환자들이 찾기 쉽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1000병상 이상인 병원이 도시 한 곳에 이렇게 몰려 있는 곳은 세계에서 흔치 않다”고 했다.국내 임상 경쟁력이 높아진 데는 임상 인프라 확립과 제도 개선에 나선 정부도 한몫했다. 2004년 지역별로 15개의 임상시험센터를 세워 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다국가 임상시험을 유치하기 위해 2012년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주요 병원을 임상시험 글로벌 선도센터로 지정했다. 임상 수행 품질을 높이기 위해 종사자 교육을 의무화하고 관련 서식을 표준화하는 등 제도 개선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범부처 임상시험 지원책이 포함된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도 내놨다.임상 전문가 육성 등 과제도 산적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임상 승인에 걸리는 시간이 선진국보다 길고 임상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유럽 등에선 2주에서 한 달 걸리는 임상 승인이 국내에서는 2~3개월이 소요된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의 평균 연구인력은 지난해 기준 54.6명이지만 국내 제약사는 25.9명으로 절반 수준이다.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임상시험 환경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인진 서울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은 “임상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임상 전문 인력 육성이 필수적”이라며 “임상 전략을 잘 세울 수 있는 임상 약리학 전문가를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지난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진료받은 환자가 17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쓴 진료비는 1조4317억원이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병원을 찾는 질환이 달라졌는데 알코올 사용장애는 남성 환자가, 알츠하이머 치매는 여성 환자가 많은 질환으로 꼽혔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찾은 정신질환자가 176만5000명으로, 2016년 166만7000명보다 5.9% 증가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질환별로 보면 우울증 환자가 51만1059명으로 가장 많았다. 불안장애(35만799명), 수면장애(13만1535명),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적응장애(10만3026명) 등도 환자가 많았다.마음의 감기로도 불리는 우울증은 심한 우울감 때문에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심하면 자살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질환이다. 2주 이상 증상이 계속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면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불안장애가 있으면 병적인 공포감, 불안감 등을 호소한다. 공포를 느낄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죽을 것 같은 극심한 공포를 호소하는 공황장애도 불안장애다. 이들 정신질환은 의료기관을 찾아 제때 인지치료, 약물치료 등을 받으면 정상 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국내 환자들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은 연령에 따라 달랐다. 19세 이하 아동과 청소년은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등 운동과다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4만5782명으로 가장 많았다. 우울증 2만7050명, 적응장애 1만2976명, 불안장애 1만2803명, 발달장애 1만1902명, 틱장애(의지와 관계없이 특정 행동·소리를 반복하는 질환) 1만1393명 등이었다. 70세 이상 고령층은 우울증(10만9347명) 환자가 가장 많았고 알츠하이머 치매가 8만8296명으로 뒤를 이었다. 뇌손상 때문에 생기는 정신장애 환자도 비교적 많았다.알코올 사용 장애, ADHD, 발달장애는 남성 비율이 80%를 넘어 주로 남성들이 호소하는 질환으로 꼽혔다. 반면 알츠하이머 치매, 재발성 우울장애, 식사장애 등은 여성 환자가 많았다. 식사장애는 환자의 90% 이상이 여성이었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정신 건강을 해치는 여성이 많다는 의미다. 심평원 관계자는 “20대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가 크게 증가했다”며 “질환별로 보면 불안장애, 불면증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