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SK텔레콤이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다. 자사의 택시 호출서비스에 참여할 택시 운전기사를 유인하려는 경쟁이다.

‘T맵 택시’를 운영하는 SK텔레콤이 선공했다. 지난달부터 이달에 걸쳐 3주 간 호출을 받은 택시 운전기사들에게 현물로 교환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했다. 콜을 받을 때마다 줬다. 카카오는 지난 3일부터 맞불을 놨다. ‘카카오 T’ 가입 택시기사들에게 현금성 포인트를 주고 있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문제로 택시업계와 갈등에 휩싸인 틈을 타 SK텔레콤이 치고들어오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무제한 포인트” VS “우리는 현금”

SK텔레콤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T맵 택시기사들에게 호출 한 건당 편의점 CU에서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했다. SK텔레콤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도 이달 3~7일까지 ‘T데이(SK텔레콤의 멤버십 행사일)’를 맞아 T맵 택시 요금 50% 할인혜택을 줬다.

SK텔레콤이 이번 행사로 지출한 비용은 적어도 수십억원 이상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T맵 택시에 등록된 10만 명의 기사들이 한 번씩만 콜을 받아도 최소 5억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한 셈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연내 택시기사 3만 명에게 버튼식 콜잡이도 무상제공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현금 지급’ 방식을 택했다. 지난 3일부터 카카오 T 호출 한 건당 기사들에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2000원 상당의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운행 중 무작위로 뜨는 ‘포인트 적립 콜’을 수락하면 포인트가 적립되는 식이다. 이달 31일까지 기사 1인당 50회(최대 1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카카오도 수십억원을 지출할 전망이다. 카카오 택시에 등록된 기사 가입자 수는 올해 9월 기준 약 22만 명에 달한다. 카카오 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에게 늘 제공하는 프로모션의 일환”이라고 했다.

◆카카오-택시업계 갈등 반사이익

카카오가 이처럼 택시기사 가입 확대에 나섰지만 택시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카카오가 지난 7일 카풀 서비스 출시를 강행하면서 갈등이 더욱 깊어지면서다. 이날 택시업계 주요 4개 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카카오 T 호출 거부 운동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SK텔레콤의 T맵 택시는 택시업계 지지를 받으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지난달 25일 T맵 택시에 등록된 기사 수는 10만2000명을 넘었다. 지난 6월 말(약 3만 명)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늘어났다. ‘反(반)카카오’ 정서 확산으로 기사들이 T맵 택시를 카카오 택시의 대체재로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택시단체 차원에서 T맵 택시를 밀어주기도 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달 14일 조합원에게 “택시업계(생존권)를 위협하는 카풀을 견제하기 위해 11월21일 하루는 T맵 택시로만 영업해 조합원의 힘을 보여주자”는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합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 카풀 기사(일반 차량 운전자)만 7만 명이 넘어 생업이 위협받고 있다”며 “택시업계가 T맵 택시를 밀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기반의 택시 호출서비스 카카오 T와 T맵 택시는 2015년 함께 출시됐지만 시장점유율은 카카오가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 10월 기준 순이용자 수가 카카오 T는 530만 명이고, T맵 택시는 10만 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와 SK텔레콤이 ‘적의 적은 친구’라는 우호관계로 카카오에 대항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