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터틀'도 유전자 변형으로 탄생…인간, DNA 편집 괜찮을까
유전자 조작은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소재다.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면서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슈퍼 히어로나 악당이 탄생하는 식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끈 뒤 실사 영화로 제작된 ‘닌자 터틀’(사진)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4월 개봉한 ‘램페이지’도 설정이 똑같다. 순한 고릴라였던 조지가 유전자 조작 사고로 괴수로 변한다.

유전자를 편집해 동물이나 식물의 특성을 바꾸는 기술은 상당 부분 현실화했다. 2012년 등장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의 힘이다. 단백질이나 리보핵산(RNA) 등 생체물질을 이용해 특정 유전자만 잘라내는 게 가능하다. 비용도 비싸지 않다. 유전자 가위 한 개 가격은 1만원 선까지 내려왔다. 다양한 분야에서 유전자 조작 실험이 활발해진 배경이다.

유전자 가위가 만든 ‘작품’은 다양하다. 벤처기업 툴젠은 윤희준 중국 옌볜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일반 돼지보다 근육이 많은 ‘슈퍼 돼지’를 만들어 냈다. 울퉁불퉁한 근육으로 무장한 닌자 터틀이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니란 것을 증명한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도 이 기술로 말라리아를 옮기지 않는 모기를 선보였다.

농작물을 개량하는 데도 유전자 가위가 쓰이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농업과학 연구진은 곰팡이와 바이러스에 강해 멸종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카카오나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유전자 가위를 통한 DNA 편집은 유전자변형식물(GMO)과 다르다. 외부 물질을 주입하지 않고 농작물 고유의 DNA만 편집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기술이 사람에게 적용될 때다. 허젠쿠이 중국 난팡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제2회 인간 유전체 교정 서밋’에서 유전자 가위로 CCR5를 제거한 쌍둥이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CCR5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를 수용하는 DNA다. 이를 제거한 아기는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는 게 허젠쿠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의 연구는 학계에서 십자포화를 맞았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DNA를 임의로 편집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유전자 가위가 인류에 재앙이 될 우려가 있다는 강경론자도 상당하다. 지난 3월 타계한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대표적이다. 그는 《어려운 질문에 대한 간략한 답변》이란 제목의 유고집에서 “미래의 인류는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슈퍼 휴먼’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