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지도를 보면서 여행을 하거나 감에 의존해 맛집을 찾는 일이 드물어졌다. ‘길치’라도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맵 서비스에 주소나 명칭을 입력하면 ‘OK’다. 국내는 물론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원하는 곳으로 찾아갈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한 생활이 가능한 건 미국의 위성항법장치(GPS) 덕분이다. 40년 전 군사용으로 개발된 GPS는 민간의 자동차, 열차, 선박, 항공기 등 다양한 운송 수단에 활용됐다. 스마트폰에도 서비스가 적용되면서 일반인의 활용 범위는 훨씬 넓어졌다.
4개의 위성이 날 찾는다…GPS, 어디까지 왔니?
대한항공 007편 격추 이후 상용화

GPS라는 명칭은 미국에서 왔다. 미국이 1978년 군사용으로 개발한 글로벌 위성항법장치(GNSS)를 의미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순항미사일로 적의 지역을 정확하게 폭격하려고 개발했다.

1983년 옛 소련이 사할린 상공에서 대한항공 007편을 격추한 사건을 계기로 미 군당국은 GPS를 상용화했다. 당시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영공을 침범했는지가 큰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GNSS는 우주공간에 쏘아올려진 위성에서 궤도정보와 시간정보를 보내면 이를 토대로 지상 수신국이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정보를 그대로 받는 경우도 있고, 위치항법보정시스템을 통해 한 번 더 위성에 위치정보를 송신한 후 더 세밀해진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경우도 있다.

GNSS를 구동하려면 최소 4개의 위성이 필요하다. 이 중 3개 이상의 위성이 정확한 시간과 변위를 측정한 뒤 삼각점의 위치를 구하는 삼변 측량기법으로 위치를 파악한다. 3개 위성이 각각 측정하는 세 개의 범위가 서로 교차되는 지점이 수신기의 위치가 된다. 나머지 1개 위성은 오차 보정용이다.

주요국은 위성을 띄워놓고 각각의 다른 이름으로 위성항법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시스템의 모니터링 범위와 성능은 위성의 개수에 비례한다. 미국 GPS는 올해 기준으로 30개 위성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의 GPS로 불리는 글로나스는 24개 위성을 운영 중이다. 이 밖에 유럽 갈릴레오가 11개, 중국 베이도우가 15개 위성을 띄워놨다.

민간에서는 주로 미국 GPS와 러시아 글로나스를 이용하고 있다. 비용은 무료다. 미국의 퀄컴과 브로드컴, 스위스 유블럭스 등의 기업이 두 시스템이 제공하는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내비게이션 등에 적용되는 칩을 생산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GNSS 무료 정책이 향후 두 국가를 ‘위치정보 패권국’으로 올라서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자체 GNSS 혹은 지역위성항법시스템(RNSS) 구축이다.

차기 GNSS 구축 분야에서 가장 앞서는 국가는 유럽연합(EU)과 중국이다. 둘 다 시범 운영 중이며 2020년 정식 가동한다. RNSS는 GNSS보다 측정 범위가 좁지만 자국과 인근 국가 위치 파악에는 무리가 없다. RNSS 분야에선 인도(IRNSS)와 일본(QZSS)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2034년 자체 기술 개발 완료

한국에서는 올초부터 자체 위성항법서비스인 KPS(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예상 투입비용은 약 3조원, 완료 시점은 2034년으로 전망된다. 내년 하반기에 KPS 사업 계획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인도 일본처럼 KPS에도 7개 위성이 필요하다. 정지궤도에 있는 위성이 3개, 경사궤도에 있는 위성이 4개다. 허문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법기술연구실장은 “KPS는 기존 GPS보다 훨씬 더 정교한 위치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자체 위치항법 보정서비스인 KASS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2022년 도입할 예정이다. KASS가 완성되면 미국 GPS로부터 받는 위치정보를 더 세밀한 단위로 수집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체 위치항법 보정을 통해 오픈서비스 기준 10~15m 수준인 위치정보를 다시 위성에 보낸 뒤 오차범위 1~3m 수준의 ‘m급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더 정밀한 위치정보가 필요한 경우 한 번 더 신호를 보내 오차범위 10㎝ 안팎의 ‘㎝급 서비스’를 수신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쓰이는 GPS 정보는 일부 국가기관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오픈서비스다. KASS가 구축되면 국내에서 m급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항우연은 KPS를 통해 ㎝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더 강화된 위성항법서비스가 필요한 산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 GPS를 토대로 개발하는 KPS가 환영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승현 KAIST 교수는 “위치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하면 더 세밀하고 제밍(전파방해) 위험이 낮은 위치항법서비스가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