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더는 못 늦춰"…'카카오 카풀' 시작
카카오가 택시기사들의 반발을 의식해 수개월째 미뤄온 카풀 서비스를 7일 출시했다. 택시업계와 완전한 합의를 하지는 못했지만 사업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혁신의 ‘성과물’을 내야 하는 정부와 여당도 카카오의 출시 발표를 막지 않았다.

카카오는 이날 무작위로 선정한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카카오T 카풀’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오는 17일에는 정식 서비스로 전환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기본료는 2㎞까지 3000원으로, 새해부터 3800원(주간 기준)으로 인상되는 서울지역 택시보다 20%가량 싸다.

현행법은 출퇴근 시간대에만 개인 간 카풀을 허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불법 소지를 없애기 위해 운전자당 하루 두 번까지만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했다. 지난 10월 카풀 운전자 모집을 시작해 5만 명 이상을 모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카카오가 합법적인 범위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본다”며 “법 준수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택시단체들은 이날 오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총력 투쟁’ 방침을 정했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는 택시를 부를 때 쓰는 ‘카카오T’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앱을 업데이트한 뒤 ‘카풀’ 메뉴에서 목적지를 입력하면 동선이 맞는 운전자와 연결해준다. 요금은 미리 등록해둔 신용·체크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운전자로 참여하려면 ‘카카오T 카풀 크루용’ 앱을 따로 내려받아야 한다. 얼굴 사진, 운전면허증, 자동차등록증, 보험증권 등 13종의 서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택시기사들이 카풀 반대의 근거로 내세워온 ‘안전 문제’의 보완장치도 여럿 도입했다. 비상 상황 시 승객이 버튼만 누르면 차량 위치, 운전자 정보 등을 경찰청에 전송하는 ‘112 문자신고’ 기능을 넣었다. 또 만족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운전자와 승객은 이용을 제한한다.

카카오는 택시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에 ‘택시의 보완재’ 성격으로 카풀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를 위해 올 2월 카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럭시를 인수했고, 가을께 모든 준비작업을 마쳤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출퇴근 시간대 카풀을 허용하고 있어 이 서비스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택시단체들은 “대기업인 카카오가 영세한 택시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강하게 반대해왔다.

카풀업체와 택시업계 사이를 중재해온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불법이 아닌 민간기업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막기만 할 순 없다”며 “택시업계 의견을 들어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 6일에도 카풀 출시를 발표하려다 민주당의 만류로 철회하는 등 막판까지 몸을 사렸다. 하지만 카풀에 우호적인 여론과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믿고 “일단 최소한의 범위에서 출발해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역시 언제까지나 택시업계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유경제, 특히 카풀 도입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지금은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임현우/배정철/서기열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