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바이두
사진=바이두
2030대 왕훙 주력 소비층 취향 맞춰야
95년생 이후 출생자 "장래희망은 왕훙"
新성장동력 왕훙경제, 올해 325조 전망


연간 3000만위안(약 49억원)을 벌어들이는 중국 패션 전문 왕훙(網紅·중국의 SNS 인플루언서) 웨이야(32)가 처음부터 엄청난 수익을 낸 것은 아니었다. 쇼핑몰 창업붐으로 의류업을 시작했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불과 3년전 광군제까지만 해도 돈을 꿔 직원 임금과 보너스를 지급할 정도였다. 보유하고 있는 주택도 팔아 손실을 메꾸기도 했다.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바로 2016년 5월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즈보(라이브쇼) 덕분이다.

첫 방송에서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침착하게 의상과 액세서리 코디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잠을 줄이고 트렌드에 맞는 상품 연구에 몰두했다. 직접 입어보면서 코디 방법을 소개했다. 때로는 상품 할인 쿠폰을 뿌리기도 했다. 점점 시청자들이 늘었다. 1년 반이 지난 지난해 광군제에서 그는 5시간 만에 7000만위안(약 114억원)을 매출을 올리게 됐다.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파급력이 커졌다.

웨이야는 "라이브쇼가 왠지 트렌드가 될 것 같아서 처음 시작하게 됐다"며 "개인적인 취향보다 주 고객층인 203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일과 가격대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그는 광군제 준비를 위해 3일에 걸쳐 500여벌의 옷을 입고 최종 60벌의 옷을 엄선해 판매했다.

◆ 中 왕훙 팔로워 6억명…경제 신성장 동력

6일 중국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인플루언서 왕훙(网红)의 인기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왕훙은 인터넷(网络)에서 유명한 사람(红人)을 뜻하는 말이다. 왕훙은 진입 장벽이 낮은 데다 유명해질 경우 한 번에 큰 수입을 거둘 수 있어서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통신에 따르면 95허우(1995년 이후 출생자)세대의 절반 이상인 54%가 왕훙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전에는 과학자, 엔지니어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왕훙으로 답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왕훙의 영향력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 시장조사 기관 아이리서치(iResearch)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가 최근 발간한 '2018 중국왕훙경제발전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왕훙 팔로워 수는 약 6억명에 달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10만명과 1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왕훙 역시 전년 대비 각각 51%, 23% 크게 늘었다.

특히 모바일을 통한 정보 습득과 구매가 익숙한 바링허우(80년대생), 지우링허우(90년대생)들을 중심으로 SNS과 생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훙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왕훙의 경제적 파급력이 커지면서 '왕훙경제'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왕훙을 하나의 경제적 집단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최대 쇼핑몰 알리바바에 따르면 2016년 중국 최대 쇼핑행사인 광군제 기간 여성 의류 판매량 상위 20개 판매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왕훙이 운영하는 상점들이었다. 왕훙이 하나의 브랜드로 새로운 경제성장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 SNS 방송 업고 크는 왕훙경제…올해 325조 전망

아이리서치(iResearch)에 따르면 올해 왕훙경제 규모는 2조위안(약 3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전 업계에서 내놓은 전망치는 약 17조원 규모였으나 왕훙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왕훙경제가 급격하기 확대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는 뷰티·패션 등 분야에 주로 분포해있으나, 점차 지식·과학기술·영유아산업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왕훙경제 성장 배경에는 잘 갖춰진 인터넷 인프라 환경과 결제시스템이 있다. 2013년 시행된 광대역 중국(Broadband China) 정책으로 3~4선 도시에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렸고, 2014년 4G LTE 서비스 개시 및 저가 스마트폰 확산은 모바일 인터넷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잘 갖춰진 모바일 인프라 환경에서 소비자의 관심은 '소비' 분야로 쏠렸다. 여기에 알리페이와 위쳇페이 등 간편한 결제 시스템도 왕훙 콘텐츠 소비를 용이하게 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왕훙은 외부 광고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으나 최근에는 자신을 브랜드화해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왕훙이 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생방송 시장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왕훙 산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왕훙산업 내 생방송 시장규모는 320억위안(약 5조2000억원), 2015년부터 5년간 연평균 9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2~3년전부터 타오바오, 쥐메이, 모구지에 등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인터넷 생방송을 활용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1인 미디어 영향력이 커지면서 왕훙은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인플루언서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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