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프랑스 원부자재기업 생고뱅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독일 머크, GE헬스케어에 이어 세 번째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과 로홍기욤 생고뱅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인천 송도 삼바 본사에서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왼쪽)과 로홍기욤 생고뱅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인천 송도 삼바 본사에서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바는 지난 4일 송도 본사에서 생고뱅과 ‘싱글유스(Single-Use)’ 원부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 번 사용한다는 의미의 싱글유스는 소형 바이오리액터(배양기)에서 1회용 비닐백을 사용해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삼바는 후보물질, 임상시약의 소량 생산을 위해 싱글유스시스템을 도입하고 생고뱅으로부터 필터, 호스 등 1회용 플라스틱 부품을 구매해왔다. 그러나 해외 공장에서 부품을 공급받다 보니 수입과 통관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적기 생산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장 설계 변경 등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삼바는 생고뱅이 송도에 공장을 짓도록 설득했다. 생고뱅은 지난 9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1만3000㎡ 부지의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바이오공정 부품 제조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218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삼바는 최대 160여 종의 원부자재를 국내에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실시간 주문, 생산이 이뤄지고 조달 기간도 기존 4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될 전망이다. 김태한 삼바 사장은 “이번 계약으로 고객사에 빠르고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수주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 바이오클러스터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665년 설립된 생고뱅은 세라믹, 고성능 플라스틱 재료를 개발해 연간 408억유로(약 5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이다. 생고뱅 외에도 독일 머크와 GE헬스케어도 바이오 인력양성 센터를 건설했다. 삼바, 셀트리온 등 바이오기업의 배후 수요가 충분한 데다 송도가 세계 바이오의약품 생산 규모 1위로 도약하면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셀트리온이 해외에 3공장을 짓기로 하고 삼바도 4공장 건립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송도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바는 내년 4공장 투자 시기를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분식회계 판정 이후 검찰 수사와 행정소송 등으로 추가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시가 송도 11공구 18만4588㎡ 규모의 매립지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바이오융합산단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공장 하나를 건설하는 데 3000여 명의 건설인력이 투입되고 500명의 고용창출이 가능하다”며 “송도 바이오클러스터가 성장할 수 있도록 바이오기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