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텔레콤 네트워크관리센터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텔레콤 네트워크관리센터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통신 3사가 지난 1일 0시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 전파를 송출했다. 3사는 이날 모두 첫 상용화 사례로 5G를 활용한 기업 간(B2B) 서비스를 내세웠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인프라가 될 5G 서비스를 활용해 B2B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자율주행자동차, 드론(무인 항공기), 원격수술 등 5G 핵심 콘텐츠로 꼽히는 분야에서 아직 국내 기술이 성숙하지 못했거나 규제에 막혀 상용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오른쪽)이 1일 인공지능(AI) 로봇 로타의 5G 서비스 가입자 증서를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에게 전달하고 있다.  /KT 제공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오른쪽)이 1일 인공지능(AI) 로봇 로타의 5G 서비스 가입자 증서를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에게 전달하고 있다. /KT 제공
1일 0시부터 5G 상용 서비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1일 0시 일제히 5G 네트워크를 가동했다.

SK텔레콤은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트워크관리센터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서울 명동 정보통신기술(ICT)인프라센터를 연결해 5G 영상통화를 했다. 첫 시연에는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시제품을 활용했다. 박 사장은 “5G와 인공지능(AI) 초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ICT 시대를 이끌어가자”며 “5G가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항상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자”고 당부했다.

KT는 경기 과천 네트워크관제센터에서 첫 송출 기념행사를 열었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은 “도심 지역뿐만 아니라 도서산간 지역까지 커버하는 5G 네트워크 커버리지를 구축하겠다”며 “네트워크 차별화 기술을 개발해 고품질 5G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도 서울 마곡 사옥에서 5G 전파 송출 행사를 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대기가사(大起家舍: 집을 굉장히 크게 짓기 시작함)라는 말처럼 10년 성장 동력이 될 5G 서비스가 오늘 이 자리에서 시작됐다”며 “내년 3월 5G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때까지 커버리지 확대에 주력하고 네트워크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가운데)이 1일 서울 마곡 사옥에서 5G 네트워크를 이용해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가운데)이 1일 서울 마곡 사옥에서 5G 네트워크를 이용해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B2B 서비스 앞세운 통신 3사

5G 상용 서비스는 시작했지만 일반 소비자가 쓸 수 있는 5G 스마트폰은 내년 3월에나 나올 예정이다. 통신 3사가 처음 선보인 서비스는 모두 5G 모바일 라우터(휴대용 와이파이 전파 송출기)를 활용한 기업용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자동차 부품 회사인 명화공업에 5G-AI 머신 비전 솔루션을 제공했다. 자동차 부품이 컨베이어벨트를 지나는 동안 1200만 화소 카메라로 사진 24장을 찍어 5G로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하면 AI가 제품 결함을 판독하는 방식이다. KT는 롯데월드타워의 AI 로봇 로타를 5G 1호 가입 고객으로 맞았다. 로타는 5G를 이용해 롯데월드타워에서 이용자를 안내하고 롯데월드 놀이기구의 가상체험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의 첫 고객은 LS엠트론이다. 두 회사가 함께 5G 원격제어 트랙터를 개발해 수십㎞ 떨어진 곳에서 무인 경작을 할 수 있다.

통신 3사가 나란히 5G 1호 가입자를 공개했지만 추가 서비스는 확정된 것이 없다. 대규모 가입자에게 같은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개인 간(B2C) 서비스와 달리 B2B는 제공하는 서비스가 가입자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는 물론 클라우드 서버, AI 솔루션 등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신규 서비스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마다 돈이 될 만한 기업용 서비스를 발굴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사업화 불확실한데 어떻게 투자하나”

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에 신규 사업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5G 시대를 대표하는 사례로 꼽히는 자율주행차와 원격진료, 드론 등의 분야에서 국내에서 관련 사업을 하려면 각종 규제와 맞닥뜨려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까지 863억원을 들여 자율주행차,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재난안전, 실감미디어 등 5대 분야에서 5G 융합서비스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과기부는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관계 부처와 협력해 규제 완화에 나서기로 했지만 아직 별다른 ‘희소식’은 없다는 게 통신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다 보니 5G 전국망 구축까지 크게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5G 전국망 구축까지 2~3년은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화웨이만 해도 5G 원격수술 솔루션을 개발해 선전 등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원격진료가 불가능해 투자 결정이 쉽지 않다”며 “당분간 규제와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신규 서비스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