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그래프를 보시죠. 오라클은 점유율이 너무 낮아 이름도 보이지 않네요.”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아마존웹서비스(AWS) 행사장에 깜짝(?) 등장했다.  AWS는 오라클의 낮은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강조하기 위해 엘리슨 회장의 사진을 부각시켰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아마존웹서비스(AWS) 행사장에 깜짝(?) 등장했다. AWS는 오라클의 낮은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강조하기 위해 엘리슨 회장의 사진을 부각시켰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이끄는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가 경쟁사인 오라클을 공개적으로 도발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션 2018’ 행사에서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지난달 “AWS는 구조적으로 보안에 큰 구멍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이를 받아친 것이다.

재시 CEO는 오라클의 ‘록인(Lock-in)’ 정책을 예시로 들어 비판했다. 록인이란 사용자들이 기존 서비스를 떠나지 못하게 가두는 것을 말한다. 그는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DB)에 묶이면 서비스를 개선하기 어려워진다”며 “오라클이 하루 밤 만에 DB의 사용료를 인상하거나 불시에 소프트웨어 감사를 나와 기업들에게 불편함을 끼쳐왔다”고 강조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이 부진하다는 점도 부각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WS의 퍼블릭(공개형)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51%를 넘는다. 오라클이 3~4%에 머무는 것과 대조적이다. 재시 CEO는 그래프로 점유율 차이를 강조한 뒤, 엘리슨 회장의 얼굴을 화면에 띄워 “회사 이름을 그래프에 넣을 수 없어 이렇게 해야 어떤 업체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행사 참석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클라우드 1위 AWS가 오라클과 신경전 벌인 이유는?
두 회사 간 신경전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오라클 오픈월드’에서 시작됐다. 엘리슨 회장은 당시 행사장에서 “AWS는 고객 데이터 영역과 클라우드 관리 영역이 혼재돼 보안에 취약하다”며 “오라클은 이를 분리해 운영하므로 강력한 보안성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오라클이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면서 먼저 AWS에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AWS와 오라클은 DB 분야에서도 경쟁 관계다. 오라클은 기업용 DB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업체다. AWS는 클라우드 DB 서비스인 ‘오로라’로 오라클에 대응하고 있다. AWS가 꾸준히 '탈(脫) 오라클'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번 AWS 리인벤션 행사에서도 이러한 행보가 두드러졌다. 재시 CEO와 버너 보겔스 AWS 최고기술책임자(CTO)는 ‘DB 선택의 자유’를 내세우며 오로라가 MySQL, PostgreSQL 등 여러 DB 프로그램들과 호환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넓은 선택권을 내세워 오라클의 고객사를 자사로 끌어들이겠다는 얘기다.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 최고경영자.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 최고경영자.
AWS는 아예 아마존의 모든 시스템에서 오라클의 ‘흔적’을 지우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AWS의 모 회사인 아마존은 대부분 AWS의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전환했다. 그러나 일부 오래된 시스템은 여전히 오라클 DB를 사용하고 있다. 재시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이 되면 아마존 DB의 88%는 AWS의 다이나모DB나 오로라 기반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오라클의 낡은 시스템을 AWS에서 완전히 걷어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AWS는 수 년간 글로벌 클라우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점유율을 급격히 늘리면서 MS 견제에 나섰다. AWS가 오라클을 향해 ‘집중 공격’을 퍼부은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AWS가 최근 들어 경쟁사를 언급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대응 전략도 바뀐 듯 하다”고 분석했다.

라스베이거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