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단일 물질만으로 전원을 켜고 끄는 물질을 개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재찬 성균관대 교수와 엄창범 위스콘신주립대 매디슨 교수 연구팀이 결정구조 변화 없이 순수 전기적 상전이를 보이는 물질을 최근 개발했다. 상전이 현상이란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phase)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을 의미한다.

강상관계 물질(전자 간의 상호작용이 큰 물질)은 일반적인 도체나 반도체와 다른 독특한 특성이 있다. 특히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 상태에서 잘 통하지 않는 절연체 상태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속-절연체 전이(metal-insulator transition)’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어떤 물질 상태가 외부 자극에 의해 전기가 잘 통하는 상태(금속 상태)와 안 통하는 상태(절연체 상태) 사이에서 변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반도체 소자처럼 여러 물질을 접합하지 않고 단일 물질만으로도 전원을 켜고 끄는 디지털 특성을 보유할 수 있다.

다만 금속-절연체 전이 도중 전기적 특성뿐만 아니라 결정구조 변화도 동시에 발생하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구조가 변하면 전이 속도가 제한되기 때문에 고속으로 작동되는 소자로 응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

연구진은 계산과학 연구를 통해 대표적인 강상관계 물질인 이산화바나듐(VO2)의 금속-절연체 상전에서 결정구조적인 변화와 전기적 변화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재찬 교수는 “전류를 빠르게 흐르게 하는 모트트랜지스터나 펨토 초(10~15초) 단위의 전자 스위치 등의 신규 소자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1월30일자에 게재됐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