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안에 ‘10만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됩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영국 정부는 유전체 표본 수를 500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영국인 10%의 게놈 데이터를 모으겠다는 거죠.”

"유전체 빅데이터 구축으로 신약 개발 기간 단축될 것"
존 치스홀름 게노믹스잉글랜드 회장(72·사진)은 29일 기자와 만나 영국 정부가 주도하는 유전체 빅데이터 구축 사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18 바이오혁신성장대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치스홀름 회장은 “현재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약 10년이 걸리는데 빅데이터가 구축되면 기간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며 “표본 수를 늘리면 약물반응 예측 정확도가 높아져 신약 개발 성공률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영국 정부는 2013년 자국민 유전체 정보를 빅데이터화하는 작업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공기업인 게노믹스잉글랜드를 세웠다. 이 회사가 목표로 잡은 유전체 빅데이터 표본 수는 10만 개다. 당시 유전체 빅데이터는 표본 수가 수백 개에 불과해 획기적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사업을 계기로 미국 중국 일본 등도 국가 주도 유전체 빅데이터 구축에 뛰어들었다.

치스홀름 회장은 “유전체 빅데이터는 연구기관은 무료로, 민간기업은 돈을 내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영국 정부는 ‘국민 건강’과 ‘바이오산업 진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스홀름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유전체 빅데이터의 오남용 우려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유전체 빅데이터를 사용하려면 게노믹스잉글랜드가 관리하는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이용자가 데이터로 뭘 하는지를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데이터로 몰래 뭔가를 하거나 시스템 밖으로 반출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 시스템만 잘 구축하면 오남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유전체 정보 활용이 더 활발해지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국내에서는 게놈 정보를 양도하거나 매매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치스홀름 회장은 “연구자와 민간기업에 유전체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 관련 연구개발(R&D)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