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시계 성능 "로열 플러시"…세슘 원자시계보다 10만배 정확
3억년에 1초 오차 차세대 이테르븀 원자시계 개발
3천년에 1초 틀린다는 세슘 원자시계보다 10만배 더 정확한 차세대 원자시계가 개발되고 있다.

29일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립기술표준원(NIST)이 시험 중인 이 원자시계는 세슘-133 대신 이테르븀(Yb) 원자를 이용하고 있다.

레이저로 만든 광학 격자에 이테르븀 원자를 가둬두고 진동수를 세어 시간을 잰다.

오차는 3억년에 1초 정도.
NIST 연구팀은 이 원자시계가 자연 상태에서의 원자 진동수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와 하루 중 진동수 변화, 두 원자시계의 일치성 등 3가지 부문에서 모두 최고 기록을 세운 것으로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밝혔다.

연구팀은 이 3가지 부문의 신기록은 원자시계 성능에서 "로열 플러시(포커 게임의 최고 패)"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두 원자시계의 일치성이 중요한데 초당 500조 진동하며 거의 완벽한 동시성을 보인 것으로 밝혔다.

그 차이는 10의18승(백경)분의 1 미만이었다.

원자시계는 원자 내 전자의 전이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측정해 시간을 잰다.

1955년 영국 물리연구소에서 처음 개발했을 당시만 해도 300년에 1초가량 오차가 있었다.

이후 12년 뒤 더 정밀한 세슘 원자시계가 개발됐으며 국제표준시계로 채택돼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다.

현재 1초는 세슘-133 원자가 91억9천263만1천770번 진동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테르븀 원자시계는 실용화되면 국제표준시계를 대체할 후보군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표준시계를 바꾸려면 기존 정확도보다 100배 이상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이테르븀 원자시계는 이를 충족하고도 남는다.

3억년에 1초 오차가 나는 초정밀 원자시계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으나 이는 오차 없는 시간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각종 연구에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테르븀 원자시계도 지구 내부구조를 파악하거나 중력에 따른 시공간 왜곡 현상, 암흑물질 연구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테르븀 원자시계를 두 대륙에 각각 설치해놓고 시간과 진동수 차이를 비교하면 두 시계가 놓인 높이 차이를 ㎜ 단위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지진이나 화산 지역에서 다른 측정장치와 결합해 활용하면 지구 내부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NIST 박사과정의 윌 맥그루 연구원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게 시간과 진동수가 잴 수 있는 것은 자연 세계에 대한 진짜 강력한 렌즈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테르븀 원자시계는 현재 레이저와 관련 컴퓨터 장비가 연구실 방 하나를 차지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실전에 투입하려면 부피를 줄이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연구팀은 이미 부피를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얼마나 걸릴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소형화되고 정확성이 계속 개선된다면 원자시계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