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 100조 시대
유통·포털 공룡 '이커머스' 잇따라 진출
한성숙 네이버 대표/사진=네이버

한성숙 네이버 대표/사진=네이버

최근 유통업계와 정보기술(IT) 업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롯데 등은 온라인 전담 법인과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 10년이면 유통업계도 변한다…온라인쇼핑 100조 시대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쇼핑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주요 소비 채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내수 침체의 장기화로 소비 절벽 현상이 심화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부진을 겪고 있는 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배송이 편리한 온라인 쇼핑몰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온라인 쇼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65조원 규모였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78조원을 기록해 20%대 성장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령대 역시 20~30대 중심에서 40~50대 이상으로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어 포털, 오픈마켓, 종합쇼핑몰 등의 유통 플랫폼의 거래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최근 국내 플랫폼 업체들은 커머스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강력한 트래픽을 기반으로 거래액을 증대시켜 수익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올해 11월 쇼핑과 간편결제 등을 맡는 네이버페이 조직을 사내독립기업(CIC) 으로 승격시켰다. 향후 개편되는 메인 화면에는 기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주요 영역을 차지했던 뉴스 비중을 축소하고 쇼핑과 N페이(네이버 페이) 같은 커머스의 비중을 확대한다. 첫 화면에 인공지능(AI) 검색 도구 '그린닷'을 추가해 개별 사용자 취향을 반영한 맞춤 쇼핑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카카오도 다음달 커머스 사업부문을 분리해 '카카오커머스(가칭)'을 설립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스토어, 카카오스타일, 카카오장보기, 카카오파머, 다음 쇼핑 등을 맡게된다.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 기존 전통적인 유통기업들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을 물적분할해 내년 1분기 새로운 온라인 법인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신세계는 1조원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국내 온라인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롯데 역시 향후 5년간 온라인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계열사별로 흩어진 이커머스 인력을 통합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아직 지배적인 사업자가 없는 만큼, 내년 이커머스 시장 경쟁 구도는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 이마트 vs 네이버, 롯데 vs 카카오…누가 시장을 지배할 것인가

네이버는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가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네트워크 효과는 특정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치와 수요가 더욱 증대되는 것을 뜻한다. 국내 포털 시장 점유율 70% 이상 차지하는 네이버는 트래픽 확보가 용이하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판매 주체로서 성격을 강하게 가져가는 것보다 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대부분의 오픈마켓 사업자가 판매자로부터 8~15% 수준의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과 달리 2%의 낮은 수수료만 수취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스토어 내 신규 창업자들에게 결제수수료를 1년간 면제하는 '스타트 제로수수료'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올해 3분기말 전년 대비 44.7% 증가한 22만명의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확보했다.

포털이라는 성격을 기반으로 트래픽을 확보하고, 판매자들을 유입시켜 쇼핑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는 메인 화면에 상품 추천 시스템인 AiTEMS(에이아이템즈)를 활용해 구매 전환율을 높이고 있다. 오 연구원은 "이외에도 쇼핑 검색광고를 통한 광고 수익도 플랫폼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 10월 '카카오톡 스토어' 오픈을 통해 커머스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와 유사한 서비스로 국내 압도적인 메신저 시장 점유율을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커머스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 및 인수, 전략적 제휴 등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지난 10월 신선식품 플랫폼 업체 마켓컬리 인수설에 대해 부인했지만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 대한 성장성이 기대되고 있는 만큼 향후 카카오 장보기, 카카오 파머 등의 자체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 사세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공룡'들이 커머스부문을 대폭 강화하면서 기존 사업자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신세계의 온라인 신설법인은 유통업 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온라인 식료품 사업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선식품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는 이마트몰과 이마트몰 온라인 물류센터 등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내년말 3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가동하고, 외부 투자금으로 추가 물류센터를 확충할 계획이다.

한편, 롯데쇼핑은 최근 신설한 'e커머스 사업본부'를 통해 유통 계열사 온라인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출범 후 첫 사업으로 내년 상반기 온라인 통합 플랫폼의 전신 격인 '투게더 앱'을 오픈한다. 한 번의 로그인으로 롯데 유통 7개사(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롭스, 롯데닷컴)의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어 2020년에는 하나의 쇼핑 앱으로 면세점을 제외한 7개사의 온라인몰을 이용 할 수 있는 통합 앱 가칭 롯데원앱(Lotte One App)을 론칭한다. 이 앱에는 롯데가 집중 개발 중인 보이스 커머스의 핵심기술이 담길 예정이다. e커머스 사업본부가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해 실행에 옮길 전망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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