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교보문고 제공
사진=교보문고 제공
# 서울 신도림동에 사는 직장인 김 모씨(32)는 가끔 퇴근 후 교보문고를 찾는다.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다. 약속시간 전까지 서점 내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 김 씨는 기다리는 시간동안 서점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간식을 사 먹을 때도 있다. 김씨는 "서점 안에 의자가 있어 책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데다 디저트도 즐길 수 있어 한 달에 3~4번은 대형서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8시 신도림 교보문고. 화요일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서점 내 테이블 2곳은 앉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널찍한 나무 테이블부터 소파까지 많은 방문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테이블이 없이 개인 의자만 있는 협소한 공간에도 사람들은 가득 차 있었다. 이곳을 찾은 김 모씨는 "과거에는 서점에 올 때마다 불편하게 앉아서 책을 봤는데, 이제는 이 테이블 처럼 편하게 앉을 공간이 생겨서 좋다"며 "의자가 생긴 덕인지 서점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교보문고, 의자·테이블 설치 후 매출 '반등'

오프라인 서점들이 의자를 늘리고 있다. 서가에 단순히 책을 배열하는 과거의 매장 구성에서 벗어나 책을 줄이고 테이블과 소파, 카페 등 독자들의 휴게공간을 확충해 방문객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2015년부터 새로 문을 연 지점에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하고 있다. 신도림점을 시작으로 광화문, 동대문, 송도, 해운대, 대구, 합정, 광교 등 10곳의 지점에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고객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며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매출 하락 추세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실제 교보문고는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한 지 1년 후인 2016년 525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줄곧 매출이 감소하다가 4년 만에 매출이 반등했다. 지난해에도 매출액은 54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올해도 이같은 수준을 유지해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휴게공간을 조성해 집객 효과를 보자 교보문고는 매장 내 커피숍인 '카페 자우'을 선보이고 교보문고 특유의 책 냄새로 만든 향수 '책향'을 내놨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궁극적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업계 2위 영풍문고도 매장 내 의자를 늘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영풍문고는 지난 7월 부산대점에 독서의자 18개와 소파 1개를 설치한 뒤 최근 3개월간 일평균 매출이 20% 증가했다. 이후 전주 터미널점과 광주 터미널점, 용산 아이파크몰점에도 독서의자와 소파를 추가했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신규 오픈 지점을 중심으로 북카페와 고객쉼터 등을 강화해 고객들이 최대한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매장을 꾸미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오픈한 신세계 별마당 도서관도 만남의 장소와 복합문화 공간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 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 신세계는 총면적 2800㎡(약 850평)에 2개 층으로 구성된 별마당 도서관 곳곳에 책상과 의자를 배치했다. 콘센트를 갖춘 덕분에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고, 도서관 내부로 음식물을 반입하는 것도 가능해 여가시간을 보내러 하러 찾는 이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별마당 도서관 개관으로 코엑스몰 상권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 별마당도서관 개관 후 반년 동안 스타필드 코엑스몰을 방문한 고객 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방문객들이 늘면서 인근 매장의 매출도 약 10~15% 늘어난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했다.

◆소비자 지갑 열게 만드는 차이…'킬러 콘텐츠'

이처럼 오프라인 서점들이 의자와 테이블 등 고객 휴게공간을 늘리는 것은 '잠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서점을 방문했다가 '우연한 소비'를 일으킬 수 있게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이다.

과거 유통업은 상권이 좋은 곳에 점포를 선점해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것이 시장 점유율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는 킬러 콘텐츠(소비자를 공략하는 결정적 서비스)로 '얼마나 많은 고객을 얼마나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는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고, 정보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공유돼 선택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최대한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유입(Lock-in) 요소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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