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발생한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 사고로 인한 통신장애 복구가 늦어진 데에는 통신관로가 단선인 영향이 가장 컸다. 이중 백업 시스템이 없어 통신관로 하나가 훼손된 것만으로 대규모 통신 장애가 일어난 것이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25일 화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현지사는 (통신망이) 단선체계여서 백업이 늦어져 가입자를 일일이 접촉해야 했다”며 “가입자별로 망을 하나씩 개통해야 돼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현지사는 지하 통신구에 16만8000개의 유선 선로가 지나는 통신국사다. 통신사의 통신망이 집중된 통신국사는 정부가 주요도에 따라 A~D등급을 매긴다. 이 가운데 A~C등급은 매년 정부가 안전점검을 하고 통신관로도 이중으로 구축한다. 한쪽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회선으로 돌려 통신장애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D등급은 KT가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통신관로도 이중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KT가 보유한 통신국사는 전국에 56곳이며 A~C 등급은 29곳이다. 아현지사를 비롯한 나머지 27곳은 D등급이다. 27곳은 이번 화재와 같은 사고가 날 경우 언제든 대규모 통신장애가 반복될 수 있는 셈이다.

오 부문장은 “통신국사가 전국 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정부가 A~D등급으로 나누는데 아현지사는 서울 서대문과 마포구 일대만 관할해 D등급”이라며 “D등급 국사의 백업은 많은 투자가 수반돼 아직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처럼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통신사 망을 쓰는 것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다음에 구체화할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