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재탕인가 재해석인가"…과거 인기 IP 갖다쓰는 게임업계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업체들이 과거 흥행을 거둔 유명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게임에 집중하고 있다. 원작의 인지도를 활용해 성공확률을 높이겠단 전략인데 장기적으로 콘텐츠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출시 예정인 국내 대형 게임 3사(3N)의 신작 가운데 기존 IP를 활용한 경우는 56%에 달한다. 이들이 공개한 23개의 신작 가운데 13개가 전작의 인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1위 넥슨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공개된 14개 신작 가운데 4개가 기존 IP를 활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직접 개발한 IP를 사용해 모바일게임으로 이식한 경우다. 바람의나라: 연,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 마비노기 모바일 등이 대표적이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공개된 신작 전부가 기존 IP에 의존하고 있다. 넷마블은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 세븐나이츠2 등 4개의 신작을 공개했는데 모두가 기존 스토리를 이어 받았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5개의 모바일게임 신작도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 & 소울 등의 IP를 사용했다. 새로운 IP를 개발하기 보다 기존 IP를 활용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게임사들이 유명 IP를 활용하는 배경에는 어려운 시장 환경이 있다. 매년 수 천개의 신작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인지도 높은 유명 IP는 신작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제외하면 개발 및 마케팅 비용도 들지 않는다. 수 백억원의 개발비를 들인 대작들이 연달아 실패한 것도 이같은 흐름을 부추겼다.

PC온라인게임이 모바일 버전으로 재탄생되는 트렌드도 한 몫했다. 3N이 공개한 13개의 신작도 유명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명 IP를 활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성공 확률이 3배 이상 증가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시장이 정체기에 빠진 상황에서 유명 IP는 유저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성공 방정식"이라 말했다.

그러나 유명 IP 도입이 게임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긍정적이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유명 IP를 활용할 경우 당장의 성공 확률은 높아지겠지만 콘텐츠의 다양성을 제한해 게임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견게임사 간부는 "여력이 있는 대형 게임사들이 다양성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넥슨의 '야생의 땅: 듀랑고'가 좋은 사례다. 실험적이고 참신한 신작이 나와야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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