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의 5G탐험] 전파 송출 열흘 앞으로…'상용화'라 부를 수 있나
"12월 1일에 상용화된다고 해도 초기 기지국이 얼마 없을텐데…"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다음달 1일 5G(5세대) 이동통신 첫 전파 송출을 앞두고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고 있지만 냉랭한 분위기도 감돈다. 전파는 송출되지만 '상용화'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5G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알 수 있는 한 조사가 지난 7월 발표됐다. 21일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4월 전국 14~64세 휴대전화 이용자 36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메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5G 서비스를 잘 모르거나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도 5G 상용화 선언 자체에 대해 대해 회의감을 나타내는 네티즌이 적지 않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자'는 말이다. 한 네티즌은 "5G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멀리 보고 신중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5G 상용화 기준에 대한 논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없는데 상용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12월 1일 정부와 이동통신 3사는 모바일 라우터로 상용화 시작을 알릴 계획이다. 모바일 라우터란 휴대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 신호 발생장치를 말한다. 5G 스마트폰으로 시작하는 상용화가 아닌 만큼 관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모바일 라우터 단말기 수량도 지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심의 한정된 커버리지도 문제다. 전국망을 깔기엔 벅찬 일정이란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한 스마트폰 상용화 시점인 3월에도 커버리지는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5G 전국망 구축을 위해서는 3~5년정도가 오롯이 소요된다고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인력과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5G 망만 깔 수 없다. 초기에는 LTE(롱텀에볼루션)와 5G 투자가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는데다, LTE 보다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12월 1일은 물론이고 내년 3월에도 상용화 논란은 여전히 있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사업 모델도 명확치 않다. 당장 소비자들도 'LTE가 있는데, 왜 5G를 해야하나'라고 반문하는 상황에서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이 5G 콘텐츠로 떠오르지만, 현실적 한계에 부딪쳐 이마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가 제시한 상용화 계획은 있는데 그에 맞는 실질적인 산업 생태계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5G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유발한다. KT 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5G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5G가 제공할 사회경제적 가치는 2030년까지 최소 47조752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가지 말자는게 아니다. 천천히 가자는 것이다. 세계 최초 타이틀보다 중요한 건 5G 생태계를 확장시키고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면서 기반을 튼튼하게 다지는 일이 아닐까.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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