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이 20일 열린 ‘삼성 빅스비 개발자 데이’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이 20일 열린 ‘삼성 빅스비 개발자 데이’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말하는 대로, 말하기 전에 이뤄지는 세상이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삼성전자는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빅스비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외부 개발자 여러분에게도 기회가 될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자사 인공지능(AI) 플랫폼 ‘빅스비’ 관련 개발자 행사를 처음으로 열었다. 외부 개발자를 빅스비 생태계로 끌어들여 태동기에 들어선 AI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삼성 모든 제품에 빅스비 탑재”

삼성전자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삼성 빅스비 개발자 데이’ 행사를 열고 지난 7~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에서 발표한 빅스비 관련 주요 내용을 국내 개발자들에게 소개했다.

빅스비 개발을 총괄하는 정의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빅스비는 삼성전자의 모든 서비스 접점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라며 “특정 제품에 한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사람들의 말을 언제 어디서나 이해할 수 있도록 모든 기기를 연결하겠다”며 “빅스비가 집, 사무실, 자동차 등 항상 우리 곁에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삼성전자가 내놓는 모든 제품에 빅스비를 탑재할 계획이다. 정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연간 판매하는 제품이 5억 대가량인데 2020년이면 수십억 대의 제품에서 빅스비가 동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와 5세대(5G) 이동통신 등 첨단산업에 2020년까지 220억달러(약 25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타사 기기에서도 빅스비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사용 가능한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이외에도 몇 개월 안에 스페인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을 추가로 지원할 방침이다.

“빅스비 개발툴 외부에 공개”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강조한 것은 개발자들이 빅스비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개발툴 ‘빅스비 디벨로퍼 스튜디오’다.

이지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삼성전자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개발툴을 여러분과 그대로 공유하기로 했다”며 “모든 개발자가 자유롭게 참여해야 빅스비가 성장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부 기능을 축소해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툴을 제공하면 단기간 많은 서비스가 나올 수는 있지만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힘들다”며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지만 모든 개발자가 같은 입장에서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개발자들이 만든 빅스비 서비스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빅스비 마켓 플레이스’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AI를 ‘인터랙션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규정했다. 지난 30년간 PC에서 웹, 스마트폰으로 사용자와 기기 간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계속 바뀌었던 것처럼 이제는 AI로 인간과 기기가 상호작용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는 AI 시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 상호작용의 대상이 특정 기기에 제한되지 않고 다양한 기기로 확산된다는 점을 꼽았다. 가령 AI 스피커에 “오늘 날씨를 TV로 보여줘”라고 말하면 스피커는 간단한 설명을 하고 TV가 뒤이어 영상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하는 식이다.

이 상무는 “삼성전자는 어떤 회사보다도 다양한 기기를 만들고 AI를 적용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삼성전자만큼 디바이스 간 복잡성을 이해하는 AI 플랫폼을 잘 만드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선 빅스비 개발자 도구 활용방법과 사용자경험(UX) 설계, 개인화 서비스 구현 등 파트너사와의 협업사례를 공유하는 세션도 진행했다. 현장 개발자들이 빅스비 개발도구를 체험하는 코드 랩(lab)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