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벤처캐피탈(VC) 부문을 따로 떼어 내 설립한 스틱벤처스가 분사 후 7개 기업에 150억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 투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웨이 등 대형 인수·합병(M&A)거래는 PEF가 주도하고 중소형 투자는 VC가 이끄는 회사의 두갈래 성장 전략이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민식(왼쪽)·정근호 스틱벤처스 부대표
박민식(왼쪽)·정근호 스틱벤처스 부대표
18일 VC 업계에 따르면 스틱벤처스는 최근 CAR-T를 이용한 항암제 개발 바이오벤처 회사인 큐로셀에 30억원을 투자했다. CAR-T는 암세포를 찾아 유도탄처럼 공격하게 방식의 세포치료제다. 정상 세포의 손상은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없앨 수 있는 새로운 암 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 CAR-T를 개량한 차세대 CAR-T를 개발, 임상시험을 준비중이다. 동물 실험에서 기존 치료제보다 뛰어난 항암효과 확인했다. 스틱벤처스 관계자는 “국내 차세대 CAR-T치료제 개발사 중 선두그룹에 있다”며 “내년 임상 1상 승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틱벤처스는 VC로 독립한 이후 5개월여 만에 총 7개 회사에 148억6500만원을 베팅했다. 이중 큐로셀를 포함해 바이오네틱스(20억원), 큐라티스(13억6400만원) 등 바이오 벤처회사 3곳에 투자했다. 스틱벤처스의 바이오 투자는 박민식 투자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녹십자벤처투자, 삼성벤처투자 등을 거친 그는 국내를 대표하는 바이오 투자 전문가로 손꼽힌다.

스틱벤처스는 올 들어 바이오 외에도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했다. 주사전자현미경 회사 코셈(15억원), 공유오피스 스파크플러스(40억원), 국내 선두권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20억원), 모바일 사용자 행동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는 유저해빗(10억원) 등이 스틱이 선택한 업체들이다. 방탄소년단(BTS)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10%를 기존 주주인 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사들이는 계약도 마무리 단계다. 곽대환 스틱벤처스 대표는 “독창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 미래 소비자 기호를 한발 빨리 읽고 있는 곳 등이 스틱벤처스가 주목하는 회사”라며 “신생 VC라는 각오로 투자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틱벤처스는 올 들어 네추럴웨이, 센스톤, 주렁주렁, 엠디뮨, 티움바이오, 뉴클릭스바이오, 애드바이오텍 등에도 돈을 넣었다. 이 회사들은 분사전 투자집행이 마무리된 회사들이다. 한국야쿠르트, CJ제일제당 등에 납품하는 건강기능식품 제조회사인 네추럴웨이(25억원), SK케미칼 신약연구소에서 독립한 신약개발회사 티움바이오(30억원), 실내 체험형 테마파크 회사인 주렁주렁(35억원) 등에는 VC 투자규모를 감안할 때 큰 돈이 들어갔다. VC업계 관계자는 “스틱벤처스가 공격적 투자로 VC업계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며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업력을 감안할 때 빠른 속도로 국내 선두권 VC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