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위성을 실험하는 연구진. /항우연 제공
큐브위성을 실험하는 연구진. /항우연 제공
제작에 1억원, 발사에 1억원. 최고급 수입자동차 가격과 엇비슷한 2억원 정도를 투자하면 인공위성을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큐브위성’으로 불리는 초소형 위성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덩치가 큰 인공위성과 비교하면 기능은 떨어지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하다. 기존 위성은 제작하는 데만 100억원 이상이 필요했다. 전문가들은 10년 후엔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은 물론 개인도 위성을 소유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에 걸린 큐브위성만 1000여 개

큐브위성이 처음 등장한 건 1999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와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제작한 위성이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가로 10㎝, 세로 10㎝, 높이 10㎝ 규격의 정육면체로 6개 면을 각각 다른 색깔로 맞추는 놀이기구 ‘큐브’와 외관이 비슷하다. 무게는 1.3㎏ 안팎이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큐브위성은 750개로 집계됐다. 그 사이 쏘아올린 것까지 합하면 활동 중인 큐브위성이 1000개를 넘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초기 큐브위성은 크기를 줄여도 위성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실험용이었다. 이후 성능이 꾸준히 개선돼 상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수준이 올라왔다.

10㎤ 규격의 큐브위성 하나를 ‘1u’라고 부른다. 1u짜리 하나만 쓰는 경우도 있지만, 몇 개를 붙여 ‘2u’ ‘3u’짜리로 제작하는 사례가 더 많다. 큐브 개수가 늘어날수록 성능이 개선된다. 발사 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부피다. 발사체를 화물선, 큐브위성을 컨테이너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큐브위성의 주요 역할은 촬영이다. 촬영할 수 있는 범위가 중대형 위성에 비해서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중대형 위성은 고해상도 광학카메라를 활용해 수십 분에서 수 시간 단위로 기후변화와 지상의 모습을 찍는다. 큐브위성은 촬영 주기가 훨씬 짧다. 수분 단위로 새로운 사진을 찍어 지상에 보낸다.

한상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은 “큐브위성이 확보할 수 있는 영상(촬영대상 크기)은 통상 4m 정도”라며 “수십 개나 수백 개의 큐브위성을 발사한 뒤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영상을 획득한다면 기존 위성들도 얻지 못하는 의미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큐브위성을 쓰기 적합한 분야는 정보기술(IT) 기업의 지도 업데이트, 특정 지역의 나무와 물 보존량 확인, 배 이동 경로의 실시간 감시 등이다.
2억이면 우주까지 쏜다…큐브위성 전성시대 '레디 큐'
항우연, 20일 큐브위성 3개 발사

큐브위성 시장에서 가장 앞서는 기업은 미국의 플래닛이다. 2010년 설립된 회사로 2013년 큐브위성 ‘도브(Dove)’를 처음으로 발사했다. 지난해에는 88개의 큐브위성을 동시에 발사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도 큐브위성을 활용한 우주탐사 프로젝트가 한창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화성을 향해 발사된 ‘마르코(Marco)’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르코는 1u짜리 큐브 6개를 붙인 ‘6u’ 규격 위성이다.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 KAIST 등이 앞장서서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모두 6개를 발사했다. 드림스페이스, 나라스페이스와 같은 큐브위성 개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등장했다.

항우연은 오는 20일 차세대소형위성1호를 발사하면서 큐브위성 3개를 함께 쏜다. 이 중에는 항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번개 관측용 큐브위성이 포함돼 있다.

큐브위성을 발사하는 방식은 총 세 가지가 있다. 항우연에서 20일 발사하는 것처럼 기존 위성 발사체에 끼워넣는 ‘피기백(piggyback)’ 방식이 가장 흔하다. 이 방식은 400~700㎞까지 고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1년 이상 위성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기존 발사체 일정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큐브위성을 화물로 보낸 다음 거기서 발사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운영고도가 400㎞ 수준에 불과해 위성 수명이 6개월 정도로 줄어든다. 피기백이나 ISS 방식을 쓰면 대략 1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우주개발업계와 학계에서는 비용을 더 낮출 수 있는 전용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KAIST가 큐브위성 전용 발사체를 제작하고 있다.

권세진 KAIST 교수는 “큐브위성 전용 발사체를 활용하면 발사 비용을 줄을 수 있고 기존 위성 발사와 무관하게 원하는 궤도에 위성을 안착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