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사장 "회계 부정 없었다…법정서 정당성 입증 확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분식회계 결정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사진)이 직접 나서 “법적 대응을 통해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바이오업계에서는 리스크가 큰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일반적인 회계 잣대를 그대로 들이댔다며 이번 결정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증선위의 결정을 비판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르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결전 의지 보인 김태한 사장

김 사장은 15일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감리 시작단계에서부터 국제회계기준인 IFRS에 부합한 회계처리였음을 일관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소명해왔다”며 “증선위 심의 결과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며 “증선위의 최종 심의 결과에 대해 행정소송 및 제반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며 회계처리 적정성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도 했다.
김태한 사장 "회계 부정 없었다…법정서 정당성 입증 확신"
김 사장은 향후 법정 싸움을 자신했다. 그는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없다는 판단을 이미 받았다”며 “다수의 회계전문가에게 회계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했다.

금융위는 오는 21일 정례회의를 열어 증선위 결정을 최종 의결한다. 형식적 절차여서 증선위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융위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다음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재무제표 정정에 대한 행정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같이 낼 계획이다. 행정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재무제표를 재차 수정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는 데다 경영 연속성 등을 감안해 두 사안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스모킹 건, 법정서도 통할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처리를 할 당시인 2016년 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국내서 2종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판매 허가를 받은 만큼 바이오젠이 ‘50%―1주’까지 주식을 살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봤다. 91.2%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니라 관계사로 회계처리한 이유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후 줄곧 적자였으나 2015년 1조904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순이익을 낸 것이 고의적 분식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 문건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반영하면 부채가 1조8000억원 늘어나 자본잠식 우려가 있고, 이렇게 되면 신규 자금 조달은 물론 상장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내부 검토 문서였다. 증선위는 이를 불순한 의도를 드러내는 증거로 봤다. 이런 내부 검토에도 불구하고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해 회계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가능성과 변수를 검토한 것을 놓고 증선위가 지나치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검토 자체가 위법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확산되는 후폭풍

청와대 게시판에는 주주 등이 올린 “금감원을 처벌해달라” 등의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증선위 결정이 나온 다음날인 15일 하루에만 30여 건의 국민청원 글이 게시됐다. 한 투자자는 ‘삼바 사태에 따른 일반 투자자를 구제해주세요’라는 글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같은 정부기관이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게 나라입니까”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정권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대로 일처리 방식을 바꾼다면 이 나라에서 무슨 기업을 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바이오업계에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는 다른 산업에 비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회계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회계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자칫 바이오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