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다음 승부처는 亞·太지역…5G·IoT 앞선 한국시장 주목"
“그동안 클라우드 시장 경쟁은 선진국 중심으로 일어났습니다. 다음 승부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될 겁니다. 한국은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앞서고 있어 인텔이 주목하는 시장입니다.”

래진 스킬런 인텔 데이터센터그룹 부사장(사진)은 지난 8일 기자와 만나 클라우드 시장을 이렇게 전망했다. 스킬런 부사장은 인텔에서 클라우드 기업 관련 영업활동을 총괄한다. 그는 이날 인텔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인텔 클라우드 서밋’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스킬런 부사장은 “이번 클라우드 서밋 행사는 한국 클라우드 시장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세에 대해 “예외적일 정도”라고 평가했다. 인텔은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정보기술(IT) 업체다.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99%가량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올해 3분기 인텔의 데이터센터 분야 매출은 전년 대비 26%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인 61억달러(약 6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그는 “내년에는 올해 수준의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스킬런 부사장은 “아시아태평양은 인텔이 주목하는 차세대 시장”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기업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인도 IT기업의 성장 잠재력도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태지역은 북미지역 대비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인공지능(AI) 스피커, IoT 가전기기 등 소비자용 제품이 대중화되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내년부터 시작될 5G 통신과 높은 IoT 기기 도입률로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스킬런 부사장은 “한국 인터넷 포털업체와 통신업체들은 AI, IoT, 에지 컴퓨팅 등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신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대기업들도 클라우드 전환에 나서는 만큼 성장세가 주목된다”고 했다.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은 외국계가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토종 업체인 KT와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NHN 등이 있지만 글로벌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리는 상황이다. 스킬런 부사장은 국내 업체가 생존하려면 서비스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특화된 AI 서비스 등을 개발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인텔 역시 NBP와 AI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경쟁자인 AMD에 대해서는 “위협적이진 않지만 진지하게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AMD는 인텔보다 먼저 64코어를 적용한 서버용 CPU를 선보이고, AWS 및 오라클과 협력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스킬런 부사장은 “인텔 CPU는 AMD보다 1.5배 이상 성능이 앞선다”며 “구글, AWS 등 최대 고객사와도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스킬런 부사장은 최근 불거지는 CPU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해 “공급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 부족은 서버 수요 폭증과 10㎚(1㎚=10억분의 1m) 공정 전환이 연기되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내년 중반에는 차세대 공정을 적용한 서버용 CPU도 나오는 만큼 공급 문제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