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는 지난해 90억달러(약 10조원), 로슈는 113억달러(약 13조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연매출의 20% 수준이다. 두 회사의 R&D 투자는 한국의 국가 R&D 예산 20조원과 맞먹는다. 매출의 5~7%를 R&D에 투자하는 정보기술(IT), 자동차업계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스위스 제약 바이오 强國 비결은 "두 회사 R&D만 23兆…韓 국가R&D 예산 넘어"
이 같은 투자가 가능한 것은 R&D 비용에 세금을 감면해주는 스위스 정부의 지원 정책 덕분이다. 기업들은 과세 대상 수익의 최대 10%, R&D 투자비 100만스위스프랑(약 11억4000만원)까지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시스템도 제약바이오산업을 떠받치는 힘이다. 노벨상 수상자 28명을 배출한 스위스취리히연방공대(ETH)의 한 학기 등록금은 약 80만원에 불과하다. 로잔연방공대(EPFL) 등 스위스 유수의 대학에서도 무상에 가까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정책과 법인세 인하 등 기업 지원정책도 스위스 제약회사들의 해외 진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정부별로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법인세율은 가장 낮은 곳이 12.32%다. 한국(25%)의 절반 수준이다.

크리스티나 스튜어트 KPMG스위스 담당은 “스위스 연방정부는 기업친화적 규제, 합당한 수준의 세율을 제공해 기업들이 혁신을 창출하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유럽 전역에서 스위스로 옮겨오는 바이오텍이 늘어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정부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모여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마이클 알토퍼 스위스바이오텍협회(SBA)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는 주정부들이 바이오텍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반적인 지원을 하지만 일일이 간섭하진 않는다”며 “재능 있는 바이오텍과 인재가 모여 바이오 클러스터를 이뤘기에 혁신과 성장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스위스는 바이오텍의 인수합병(M&A)과 스핀오프가 활발히 이뤄지는 국가 중 하나다. 스위스 취리히 주정부의 기업투자 담당자 마크 루돌프는 “스위스 악텔리온은 존슨앤드존슨에 매각됐지만 이돌시아라는 회사가 남아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개발하며 유지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산업에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투자 자금이 몰려야 결국 R&D 재투자로 산업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리히=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