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신 팔리발리 대표(왼쪽)와 토니 리 재무책임자.
니신 팔리발리 대표(왼쪽)와 토니 리 재무책임자.
“투자자와 사용자가 독단적인 경영자를 내쫓을 수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경닷컴과 만난 니시 팔리발리 문엑스(MoonX) 대표는 “모든 사람이 소유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만들겠다”며 이러한 계획을 밝혔다.

스위스에 위치한 문엑스는 기관투자자가 참여한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2700만달러(약 304억원)를 모았다. IDG와 비트메인이 투자하는 BCH 앤젤 펀드, 펜부시 캐피털의 지분 투자를 받는 피션 캐피탈 등이 투자했다. 다음달 거래소를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팔리발리 대표는 사용자들이 주식회사 주주와 같이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소유권은 한 주체가 갖는다. 거래소의 수익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소유권도 사용자들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CO에 참여하거나 거래소 내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자체 암호화폐 ‘문머니’를 보유하면 그만큼의 거래소 지분도 갖는 것”이라며 “채굴형 거래소와 같이 수익 공유는 물론 거래소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머니 보유자는 △상장할 코인 결정 △거래소 이윤 배분방식 △커뮤니티 운영진 선정 △기타 경영상 주요 판단 △경영진 선임 등을 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 특정 주체가 의사결정 권한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각 개인 및 기관의 보유 지분은 최대 20%로 상한선을 설정했다.

팔리발리 대표는 “만약 제가 투자자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크게 실망시킨다면 투표를 통해 해임되는 게 당연하다”면서 “단 매일 투표가 이뤄지면 업무처리가 불가능하니 투표는 분기별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신 팔리발리 대표가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보안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니신 팔리발리 대표가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보안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안 수준도 기존 증권거래소와 동일한 수준으로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팔리발리 대표는 “나스닥, 런던증권거래소 등에서 잔뼈가 굵은 기술자들을 영입했다”며 “다층 레이어를 활용한 전통 주식시장의 보안기술을 확보했고 3만 TPS(초당 거래처리속도)를 갖췄다”고 소개했다.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보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주로 하는 기관 투자자들에게 문엑스가 매력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팔리발리 대표는 “기존 암호화폐 거래소는 해킹에 취약한 응용프로그램 개발환경(API)을 사용한다. 전통적 주식시장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개발자들에게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거래소는 단순 방화벽만 둔 데 비해 문엑스는 가상·물리 레이어, 허니팟 등을 갖췄다. 여타 거래소들이 이만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관 투자자의 눈높이에 걸맞은 보안과 속도, 안정성을 목표로 한 만큼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을 갖는 기관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도 4~5곳의 기관 투자자와 미팅을 가졌다. 모두 관심과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