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파크 "엑스레이 중심의 유방 검사, 초음파로 대체하는 흐름 우리가 이끌 것"
"10년 넘게 3차원 유방 초음파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이유는 엑스레이 중심의 유방 검사 표준이 조만간 초음파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변화를 이끌 겁니다."

박희붕 메디칼파크 대표(사진)는 "올해 안에 3차원 유방 초음파 기기 시제품이 완성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94년부터 10년간 아주대병원 외과 교수로 일했다.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는 일이 매우 번거롭고 설사 받더라도 요구사항이 많아 차라리 돈을 직접 벌어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으로 학교를 나와 2004년 병원과 회사를 차렸다.

그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3차원 유방 초음파 기기 개발에 나섰다. 삼성전기, 서강대 공대와 함께 시작한 국책과제를 기점으로 2014년 유양모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팀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 받는 등 지금까지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수원에 유방·갑상샘 전문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 대표는 병원에서 얻은 수익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그는 "처음에 3명이던 직원이 80명으로 증가하는 등 병원이 잘되고 있다"며 "올해에만 연구개발비에 17억원을 들였다"고 했다.

현재 유방 검사는 크게 엑스레이와 초음파로 나뉜다. '유방촬영술'이라고 불리는 엑스레이 검사는 디텍터(엑스선이 물체를 투과하면 상이 맺히는 구성품) 위에 유방을 올려놓고 유방을 위에서 눌러 최대한 얇게 만든 다음 유방을 촬영하는 방법이다. 유방에 칼슘이 쌓이는 '유방 석회화'를 확인할 때 유용하다. 그러나 통증이 있고 2cm 이하의 암조직을 발견하기 힘들다.

초음파는 유방 석회화는 포착하지 못하지만 암조직을 정밀하게 볼 수 있다. 그는 "엑스레이 정확도가 1cm 크기의 암조직에서 50%라면 초음파는 95%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환자가 누운 상태에서 유방을 압박해 검진하기 때문에 병변 위치를 파악하는 데 오차가 생길 수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표준은 엑스레이 검사다. 하지만 조만간 엑스레이에서 초음파로 유방 검사 표준이 바뀐다는 게 그의 예측이다.

그는 "석회화한 유방 조직은 초음파에 병변이 나타났을 때 수술해도 늦지 않다"며 "유방암 전 단계인 상피내암을 수술로 제거하는 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문이 최근 나오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엑스레이가 주로 활용되지만 나중에 초음파가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메디칼파크의 3차원 유방 초음파 기기는 엑스레이 유방 촬영술과 자동유방초음파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직립한 환자의 유방을 고정한 채 복수의 넓은 초음파 변환자가 고정판과 함께 이동하면서 유방을 훑어 3차원 영상을 얻는다. 기존 촬영술보다 검사 시간이 10분 줄고 초음파 영상을 엑스레이 영상과 비교할 수 있어 유방암 진단 정확성이 높아졌다.

한 번 촬영하면 600여 장의 사진이 나온다. 메디칼파크는 인공지능(AI)으로 중요한 사진을 선별하고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기에 탑재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세계 유방암 검진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모든 나라의 유방 검사용 엑스레이를 대체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제품은 올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내년 3월 양산할 계획이다.

메디칼파크는 자체 개발한 진공 흡입식 유방 생검기기인 '벡스코어'도 판매하고 있다. 2014년 출시한 이 제품은 2015년 유럽 CE 인증에 이어 지난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받았다. 기존 제품인 맘모톰과 엔코의 장점을 합친 벡스코어는 출시 4년만에 시장 점유율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박 대표는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페이스를 비롯해 의사의 사용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 제품"이라며 "대형병원보다 개원가에서 인기가 높다"고 했다. 그는 국내 유방 생검기기가 포화 상태라고 판단하고 해외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FDA 허가를 받은 이유도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다. 유럽, 동남아 시장에서 조금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60억원이다. 박 대표는 상장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기기 시장이 금방 성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가려고 한다"며 "운영하고 있는 병원에서 나오는 수익과 벡스코어 매출로 연구개발비를 충당하는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