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조사는 계속…전문가 "그럴듯하지만 현실성 떨어진다" 지적
中 스파이칩 진위논란…애플납품 美업체 "증거없다" 잠정 결론
중국이 컴퓨터 하드웨어에 이른바 '스파이 칩'을 심어 정보를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 해당 장치를 제작하는 미국 업체가 '증거가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컴퓨터 서버, 저장장치 제조업체인 슈퍼마이크로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 머더보드를 만드는 과정에 멀웨어 하드웨어 칩이 심겼다는 최근 기사가 틀렸다고 우리는 확신한다"고 밝혔다.

슈퍼마이크로는 자사가 인지하고 관측한 제반 사실을 고려할 때 자사가 제작한 머더보드에서는 스파이 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머더보드는 중앙처리장치, 마이크로프로세서, 보조프로세서, 바이오스, 메모리 등 컴퓨터 부품을 담는 주기판(메인보드)이다.

멀웨어 하드웨어 칩은 그 기판 위에 하나의 부품으로 기생하며 정보를 빼돌리는 악성 바이러스 같은 기능을 하는 장치로 의심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정보기관, 기업 소식통 17명을 인용해 중국 첩보원들이 애플, 아마존을 포함한 미국 기업 30곳 정도와 다수 미국 정부기관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안에 칩을 심어 중국 당국이 몰래 기업, 정부기관 내부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난 4일 보도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해킹을 '공급사슬 공격'(supply chain attack)으로 칭하며, 2015년 애플이 슈퍼마이크로가 제작한 머더보드에서 멀웨어 칩을 발견한 적이 있었고 같은 해 아마존도 엘리멘털 테크놀리지가 만든 서버를 검사하던 중 비슷한 칩을 찾았다고 사례까지 제시했다.

슈퍼마이크로는 기판 디자인이 복잡하기 때문에 특정 기능이 있는 무허가 부품을 제작과 조립 과정에서 검사를 피해 머더보드에 삽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앞서 애플과 아마존도 최고경영자들이 나서 블룸버그 기사 내용이 틀렸다고 반박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직 애널리스트인 제이컵 윌리엄스는 머더보드에 멀웨어 칩을 심는 게 이론적으로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그런 칩 하나하나가 현장으로 출고될 때마다 적발될 리스크가 커지는 까닭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개연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는 "그런 기술은 다른 매개체를 통해서는 쉽게 공략할 수 없는 매우 가치가 높은 표적을 향해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 당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스파이 칩과 같은 공격을 인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슈퍼마이크로는 "멀웨어 하드웨어 칩이 존재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지만 우리는 블룸버그 기사가 제기한 의혹을 더 심층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복잡하고 시간이 드는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